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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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편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들은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쉼과 치유를 얻는다. 은신처는 현실을 회피하는 도피처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재정비하는 안식처가 된다. 그들은 홀로 은신처를 찾지만, 혼자 살아가지 않고 아픔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나도 함께 위로를 얻는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쉼과 치유를 주는 또 다른 은신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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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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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때면 서점에 간다. 매대를 훑어보고 책꽂이를 살펴보며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책을 찾아 헤맨다. 내 안에 못다 한 과제처럼 쌓여있는 여러 고민과 풀리지 않는 인생의 수수께끼. 이 수많은 책 속에서 누군가는 정답을 말하고 있겠지. 어딘가에 정답이 있으리라는 생각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된다. 나에게 책은 인생이라는 문제집의 해설집이다.


사람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던 어느 날, 이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면 본인만 힘드니 그냥 마음 편하게 포기하라는 말인가? 아니면, 우리는 애당초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뜻인가? 불신의 눈초리로 책 표지를 바라보는데, 표지에 그려진 사람이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나도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을까? 의심과 기대를 동시에 품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은 5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성악설의 권장, 2부 있는 그대로 둔다, 3부 좋은 사람이길 포기한다, 4부 지켜야 할 예의, 5부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이 목차가 곧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순서인 듯하다. 성악설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에게 있는 악을 자각할 수 있다. 누구에게서나 탁월한 면을 찾아내고 인정해 주는 안목이 있어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둘 수 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서 좋은 사람으로 가장하기보다, 나를 괴롭힌 사람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목표로 삼는다. 상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례이므로,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는 타인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4부까지 읽었을 때 깨달았다. 작가가 말하려던 것은 포기가 아니라 균형이었구나. 우리는 겉보기에 좋은 사람이 되려다 균형을 잃기 쉽다.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내 안에 있는 불균형을 찾아본다.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결국 나였다. 어느새 나는 5부의 소제목처럼 사람으로부터 점점 편안해지고 있었다.


이 책을 쓴 소노 아야코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화로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선천적인 고도근시를 앓았기에 어린 시절이 늘 어두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두운 어린 시절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는 <멀리서 온 손님>이라는 소설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림자를 진하게 그림으로써 화가는 빛의 세기를 나타낸다.’ 어두운 어린 시절이라는 그림자가 있었기에 사람을 위로하는 빛나는 에세이집을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짧은 글이 총 169편 실려있다. 처음부터 죽 읽어도 되지만 소제목을 보고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다. 평소에는 책을 보물단지처럼 여기며 깨끗이 보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밑줄을 긋고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책에 남긴다.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 소노 아야코의 생각과 내 생각을 함께 보는 즐거움이 크다.


소노 아야코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사람 노릇하기에 신물이 났거나, 그만 지쳐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작가가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일 테니까.

 

지쳐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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