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생 새움 세계문학
기 드 모파상 지음, 백선희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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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의 인생이 아닌 어떤 사람의 인생을 다룬 소설인데 수정되지 않고 쭉 「여자의 일생」으로 출간되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이 소설의 내용이 여성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인내, 헌신을 강요했던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어느 정도 부합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새움 출판사의 「어느 인생」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환영받아 마땅하다. 실제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역자는 제목을 어떻게 옮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의도는 '여자'의 인생도 아니며, '한평생'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기 때문에 제목을 바로잡기에 이르렀다. 아주 오래전 「여자의 일생」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어느 인생」으로 다시 읽게 되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욱 넓어진 것 같고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의도가 더 잘 전달되어 정말 좋았다.


비련의 여주인공 잔느... 세상에 이렇게 안타깝고 불쌍한 인생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한 호흡으로 길게 읽기 힘들 정도로 읽는 사람들한테조차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만 자꾸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고전 읽기의 재미에 빠진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었는데 등장인물을 구석으로 몰아넣어 고통을 극대화한 후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마치 실험에 가까운 스토리 전개는 고전만 한 것이 없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연구하다 보면 위대한 작가들을 극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읽는 동안 너무 힘들고 꼭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까? 싶다가도 마지막 장을 덮으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주인공을 오롯이 응원하게 되는, 여운이 참 많이 남는 고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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