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듣기는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이라는 것은 삶의 영역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가장 소홀해지기 쉬운 영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발화만 하는 시대라, 공감하며 듣기는 정말 필수적인 사교 스킬임에도 너무나 자주 무시 당한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나는 동조한다. 실제로 저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폭력, 괴롭힘, 갈등을 완화화기 위한 차원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란 과목을 도입한 바 있으며, 이 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이후 학교 폭력이 감소했으며, 읽기 쓰기 수학 같은 주요 교과목 성적도 향상되었다고 소개한다.
SEL이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찾아보았더니, 크게 다섯 개의 핵심영역으로 나누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첫째 자기 인식SELF AWARENESS 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의 배양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과 신념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삶의 전 영역에서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고 한다. 둘째는 자기 관리SELF MANAGEMENT인데, 이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이 영역은 통제력 함양, 목표 설정, 동기부여를 포함한다고 한다. 셋째는 사회적 인식SOCIAL AWARENESS인데 다른 이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 영역에서는 공감 능력과 협력하는 태도의 함양을 배운다고 한다. 넷째는 관계기술RELATIONSHIP SKILLS인데 이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으로 의사소통 기술, 문제해결 능력,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마지막 영역은 책임 있는 의사결정REPOSIBLE DECISION MAKING인데,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선택하는 능력으로, 이 영역에서는 내 결정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고려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SEL을 접한 학생들은 사회적 기술과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고 문제 행동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고 한다. SEL에 대해 찾아보면서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도, 아니 어른들에게도 이 교육 프로그램이 사회 전반에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다. 작게는 무례한 언행, 크게는 폭력과 따돌림, 괴롭힘 같은 문제 행동이 비단 학교 뿐만 아니라 직장과 사회에 만연한 대한민국 아닌가. 많은 이들이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공부라도 시켜서 좀더 따스하고 예의바른 공감대가 넓은 대한민국이 되면 얼마나 살기 좋을 것인가. 실제로 교육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화에 있어서 사소하게 치부되곤 하는 비언어적 몸짓부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선진국의 사례까지 망라하는 다소 넓은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책이었기에, 중간중간 더 자료나 실험 예시나, 대화 사례가 좀더 풍부하게 실려 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의 기본을 되짚어 주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더 잘한다는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소장과 반복적인 회독을 권하고 싶다. 나도 아마 두고두고 찾아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