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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없는 뜨개 - 누구에게나 맞는 옷을 뜨는 기본적인 기법과 쉬운 지침
엘리자베스 짐머만 지음, 서라미 옮김, 한미란 감수 / 윌스타일 / 2022년 5월
평점 :
뜨개는 내게는 추억이다.
어린시절 겨울이 되면 엄마는 아랫목에 앉아 목도리며 모자며 스웨터를 뜨셨다. 아무 도안책도 보지 않고 내몸에 대가며 뜨개를 하시고 이듬해엔 그 뜨개는 더 큰 사이즈의 옷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뜨개는 그리운 약간의 눈물이 있는 추억이다. 그런 점에서 '눈물없는 뜨개'라는 제목은 호기심을 일으켰다.
짐머만이라는 사람에게 뜨개는 무엇일까?
저자에게 뜨개는 삶이다. 저자가 직접 뜨개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나하나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신의 뜨개법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무심한 듯 툭툭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초보뜨개인인 나는 간혹 너무 촘촘하게 뜨다가 바늘이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곤 한다. 그런 내게 인자한 할머니처럼 짐머만여사는 조언한다. 느슨하게 뜨는 연습을 하라고
"우리는 즐겁기 위해 뜨개를 하는 것이지 고생하고 걱정하고 의심하기 위해 뜨개를 하지 않는다.그러니 부디 걱정은 덮어두기를. 쫀쫀하게 뜨는 사람이라면 느슨하게 뜨는 연습을 해보자. 삶이 달라질 것이다." (p30)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느긋한 삶의 태도를 갖는 순간 삶이 달라질 것이다.
"뜨개에는 옳은 방법도 틀린 방법도 없다"(p106)는 짐머만 여사는 어떤경우에도 잘못 뜬 뜨개는 없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도안에서 한코도 고쳐서는 안되다는 법은 없다."(p108)
그녀는 우리에게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감있고 소신있는 뜨개를" 하라고 권한다 . 내가 뜨개장인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나만의 뜨개를 하라고 말이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터는 아직 만들지 않았다고 굳게 믿는다.(p92)
여러분의 스웨터는 오로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개성있는 레시피로 만들어져야 한다. 누구의 것과도 비슷하지 않게.모든 좋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p94)"
이 말은 뜨개가 아닌 우리의 삶에 건네는 조언이다.
책은 마지막까지 뜨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맺는다.
"뜨개는 위안일수도, 영감일수도, 모험일수도 있다. 뜨개는 육체적, 정신적 치료제다. 뜨개는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우리자신도 따뜻하게 해준다." (p210)
맨마지막에 써있는 파란글씨의 '코막음'을 읽으며 나만의 스웨터가 한벌 완성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