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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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하 41도로 얼어붙은 세상,

유일하게 따뜻한 도시 스노볼.

'나'로 살아가기 위한 십 대들의 용기

바깥은 눈보라와 칼바람이 몰아치는 세상,

따뜻한 곳에서 잠들기 위해서는 나의 삶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면 어떨까?

주인공 '전초밤'은 그런 질문을 받았다.

저자 박소영은 대학에서 정보방송학을 전공하여 잠시 기자로 일했다.

2016년 제1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서 창작스토리상을 수상했다.

『스노볼』은 저자의 첫 출판 소설로,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개최한 제1회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창비 측에서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을 개최하며 영어덜트 심사단을 모집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모집 연령대는 1020세대 독자였고, 영어덜트 심사단의 의견이 심사에 반영된다고 공지되어 있었다.

비록 나는 떨어졌지만, 주 독자층이 직접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렇게 선발된 작품이니, 믿고 읽어도 좋을 듯하다.


먼저 독특한 배경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땅 위에 우뚝 세워진 투명 돔으로 덮인 도시라니, 속사정이 어떻든 상상해 보면 꽤 예쁜 풍경이다. <설국열차> 또는 <주토피아>가 연상되기도 하는 이 아름다운 가상의 도시에서, 초밤이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인물들의 개성도 확실하고 매력적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확실한 목표와 정을 품고 있는 주인공 전초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액터 고해리, 능력 있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차설 등. 외국 판타지 소설과는 달리 각각의 인물이 확실하게 구별되고 주인공에게도 이입하기 쉬워서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있었다.

이는 문체 덕도 한몫 하는데, 문체가 간결하고 묘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서 두께가 조금 있는 책인데도 휘리릭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스토리라인도 흥미롭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건, 여기저기 숨은 복선, 그리고 반전까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나는 읽는 동안 정신없이 초밤이를 따라다니며 응원하고, 다가올 일을 두려워하고, 동시에 두근거렸다.

최근 한국문학에서 SF소설을 포함한 장르문학을 주목받고 있다. 거기다 특히 순수문학 위주의 책을 출간하던 창비가 카카오페이지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장르문학 공모전을 개최한 일은 놀랄 만했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달갑다. 사실 장르문학만큼 재미있는 소설도 없지 않은가. 그간 취급이 박했을 뿐이지. SF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이러한 소설이 빛을 보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아, 날아가. 저 먼 곳까지 어디든. 아무런 한계도 없는 곳으로.


★본 리뷰는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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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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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amobook.com/22180608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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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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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법으로 삶과 사회에 맞서는 사람들

서로 다른 우리가 서로 함께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하여

하얀 붕대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반드시 같아질 필요는 없어억지로 그러려고 했다간 계속 싸우게 될 거야.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고 상처받을 준비가 됐다는 거야진경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너한테는나는 상처받고배울 준비가 됐다고!

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고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멀리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일은 제발 그만둬.”

 

우리는 모두 '다르다.'

머리로 이를 인정하는 일은 쉬우나현재에서 다르다는 사실은 공격 대상이 된다그 속에서 약자의 '약함'은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

그러한 약자를 권리를 주장하려는 움직임 사이에서도 '다름'은 쉽게 내분의 씨앗이 되고 또 다른 차별과 멸시를 낳는다.

우리는나는나와 다른 ''를 공격하고 싸우는 데 지쳤다우리에게는 서로를 감싸 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미용실에서 시작된다미용실을 운영하는 실장 해미는 자주 찾아오지만 말 없고 무뚝뚝한 손님에 대해 생각한다책을 좋아하는 듯하면서도 그녀가 추천한 책에는 별다른 말이 없는 손님 말이다말 없고 무뚝뚝한 은정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깨어나지 않는 아들 서균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홍보회사의 능력 있는 직원이었던 은정의 시간은 아이가 쓰러진 이후 멈춰 버렸다해미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는 레디컬 페미니스트 지현에게로진경에게로세연에게로...... 여러 명의 여성 인물들에게로 연결된다.

 

자주 보지 않아도 괜찮아네가 가끔 울고 싶을 때말할 사람이 필요할 때그럴 때 나한테 전화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언제 울고 싶은데?

-지금.”

 

붕대 감기는 작가정신 출판사의 '소설시리즈의 신작이다. ''이 가진 다양한 의미처럼 소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자 위로로때로는 성찰이자 반성으로 서술되는 중편소설 시리즈이다.(출처:작가정신 블로그)

저자 윤이형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4, 2015년 젊은작가상, 2015년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작은마음동호회중편소설 개인적 기억청소년소설 졸업로맨스소설 설랑』 등이 있다.(출처:YES24 작가소개)

 

문학성이 정말 좋았던 작품이었다문체는 깔끔하면서도 섬세해서술술 잘 읽히면서도 계속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모든 인물에 대한 묘사 또한 생생했고 무엇보다 내면 묘사가 출중해서캐릭터가 아닌 한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

이 책에는 여러 명의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그들 각자는 서로 다른 삶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이 책은 섬세하면서도 깔끔한 필체로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그 속에 살아 있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삶과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각자 다르게여성으로서 사회를 바라본다.

그렇다이 책은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모든 사건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정말 많이 놀랐다내가 알게 모르게 그어뒀던 선을 거침없이 넘어버리는 작가들이 있는데윤이형 작가가 그중 하나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현대의 페미니즘을 바라본다무엇보다 좋았던 부분은 책이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정답을 정해 버리면 그것이 아닌 다른 모든 생각은 틀린 것이 되니까 말이다.

 

한 명의 여성으로서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몇 년간 페미니즘이 일으킨 물결에 휩쓸리면서 수많은 의견을 접하고 글을 읽었다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면서도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면도 있었다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한 끝에도결과는 같았다.

다름을 이유로 서로를 대상화하고 멸칭으로 부르며 물고 뜯고의견의 차이마저 혐오의 빌미가 되는 흐름에 나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안이한 방법이라 할지라도나는 좀 더 포용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바뀌었으면 했다혐오로 바뀐 세상에 남는 건 결국 혐오뿐이리라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서로를 물어뜯기보다는 이해하는 데 노력을 할애했으면 한다너와 내가 같지 않을지라도우리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이 책이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 기뻤다.

한동안 내 손목에 감긴 붕대의 끝이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그 끝을 물끄러미 응시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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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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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맞는 생일이 다가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직 어렴풋이 느껴 보기도 힘들지만수평선 너머 지고 있는 해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느낌일 것 같다.

살면서 쌓아 온 모든 노력과 지나간 과거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이 노을처럼 번져가는 풍경을 응시하는 느낌일 것 같다.


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빅 엔젤은 70살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그의 생일 일주일 전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만다.

빅 엔젤과 데 라 크루스 집안 사람들은 장례식과 생일파티에 동시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저자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1955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다아버지는 멕시코인어머니는 미국인으로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상실승리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소설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16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펜포크너상에드거상라난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악마의 고속도로(The Devil’s Highway)로 퓰리처상 논픽션 분야 최종 후보에 올랐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된 소설로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뉴욕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으며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일리노이 대학 시카고 캠퍼스에서 문예 창작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 인생이었어." 

"제일 좋았던 부분이 언제였어?"

"파티에서?"

"아니여보우리 인생에서."

"다 좋았어."

"나쁠 때도 좋았어?" 

"나쁜 때는 없었어.

당신이 있는 삶에 나쁜 때는 없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빅 엔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때, 2장은 빅 엔젤의 과거, 3장은 빅 엔젤의 생일 파티, 4장은 빅 엔젤의 생일파티가 끝난 이후를 다루고 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정말이지 혼란스러웠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에 아무도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했고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그 전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구고 주인공과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게다가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는별 뜻 없어 보이는 성적인 묘사와 농담까지외국 문학이라 정서가 달라 그런가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한 채 그저 책장만 넘겼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더 깊이 들어갈수록이 맥락 없는 소설이 보여 주는 풍경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먼저 가난과 이민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난이 읽혔다빅 엔젤은 살아가기보다는 견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삶을 살았고그 삶의 잔흔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물려줘야 했다.

멕시코인으로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빅 엔젤의 가족은 미국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영어 발음을 연습해야 했다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운 장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던 인물들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온통 불만투성이에 가족임에도 서로 떨어져 살았던 그들은빅 엔젤의 생일날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10여 년간 떨어져 있던 빅 엔젤과 리틀 엔젤은 형의 마지막 생일날이 되어서야 서로를 마주한다국적 불문 문화 불문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감정따뜻한 가족애가 서서히 작품을 적셨다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속 인물들과 전개를 따라가며 내가 지나친 삶과 아직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가족을 생각했다.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있다면그 시간을 무작정 나아가기보다는 아직 머물러 있는 것을 잠시 붙잡아 두는 데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이 트기 전의 새벽녘이 제일 좋았다그때는 죽어가고 있다는 게 생각나지 않으니까잠시 그는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과거를 음미했다.

오늘그 과거의 맛은 스카치 캔디 맛이었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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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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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모여 춤추는 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동그란 지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으로 빼곡할 것이다저마다의 흔적을 남겨놓고 떠난 이들은 분명 즐거웠을 것이다.”

 

여기 외국에서 한 호텔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있다.

일본도태국도필리핀도 아닌변변한 관광지 하나 없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호텔의 이름은 환상의 나라 원더랜드인데 어쩐지 사장님은 환상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인다.

깐깐한 원칙주의자에 찔러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고언제나 다나까 말투를 고수하는 고복희 씨가 호텔 원더랜드의 사장님이다.

관광지와 가깝지도 않고특별히 입소문이 난 것도 아닌 탓에 호텔의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고고복희 사장님은 할 수 없이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호텔에서 한 달간 숙박하며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의 첫 번째 손님은 바로 한국인 박지우취업도하고 싶은 일도 없는 젊은이다.

고지식한 고 사장님이 딱 싫어하는 손님 타입인 박지우가 오면서 원더랜드의 이야기가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저자 문은강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이번 책인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다.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은 고복희이지만고복희가 중심인 이야기는 아니다고복희에게서 박지우로박지우에게서 안대용으로초점자는 계속해서 바뀐다각자가 보는 세상과 살아온 삶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소설은 사람 사이에 대한 정을 주로 다룬 소설이지만그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참담한 현실도 함께 담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만 했던 사람과 꿈꿨던 미래가 눈앞에서 가루가 되는 상황도 함께 담겨 있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는 내용 안에 함께 담겨 있는 또 다른 이면에 그 부조리함이 더욱 상기되었다.

나는 고복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삶이 안겨주는 좌절을 견뎌야 하는지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난 고복희는 단단하고 의연한 인물이었다주변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가슴 아팠다매도 많이 맞아 봐야 요령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주인공은 큰 사건을 겪지 않았다주인공 자신이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그러나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이 점차 변해 간다.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그것도 꽤 멋진 일 아닐까.

이따금 우연처럼 찾아오는 순간은 저금하듯 꼬박꼬박 모았다.

새까맣게 어둠이 덮쳐오면 꺼내 보려는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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