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모여 춤추는 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동그란 지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으로 빼곡할 것이다. 저마다의 흔적을 남겨놓고 떠난 이들은 분명 즐거웠을 것이다.”
여기 외국에서 한 호텔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있다.
일본도, 태국도, 필리핀도 아닌, 변변한 관광지 하나 없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호텔의 이름은 환상의 나라 원더랜드인데 어쩐지 사장님은 환상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인다.
깐깐한 원칙주의자에 찔러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고, 언제나 다나까 말투를 고수하는 고복희 씨가 호텔 원더랜드의 사장님이다.
관광지와 가깝지도 않고, 특별히 입소문이 난 것도 아닌 탓에 호텔의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고, 고복희 사장님은 할 수 없이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 호텔에서 한 달간 숙박하며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의 첫 번째 손님은 바로 한국인 박지우. 취업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젊은이다.
고지식한 고 사장님이 딱 싫어하는 손님 타입인 박지우가 오면서 원더랜드의 이야기가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저자 문은강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책인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다.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은 고복희이지만, 고복희가 중심인 이야기는 아니다. 고복희에게서 박지우로, 박지우에게서 안대용으로, 초점자는 계속해서 바뀐다. 각자가 보는 세상과 살아온 삶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소설은 사람 사이에 대한 정을 주로 다룬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참담한 현실도 함께 담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만 했던 사람과 꿈꿨던 미래가 눈앞에서 가루가 되는 상황도 함께 담겨 있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는 내용 안에 함께 담겨 있는 또 다른 이면에 그 부조리함이 더욱 상기되었다.
나는 고복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삶이 안겨주는 좌절을 견뎌야 하는지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난 고복희는 단단하고 의연한 인물이었다. 주변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가슴 아팠다. 매도 많이 맞아 봐야 요령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주인공은 큰 사건을 겪지 않았다. 주인공 자신이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이 점차 변해 간다.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도 꽤 멋진 일 아닐까.
“이따금 우연처럼 찾아오는 순간은 저금하듯 꼬박꼬박 모았다.
새까맣게 어둠이 덮쳐오면 꺼내 보려는 심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