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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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품에 대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한 병원에서 8년째 근무하며 고된 근무를 묵묵히 견디는, 언젠가 흉부외과 집도의가 되길 꿈꾸는 다이라 유스케에게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무엇 하나 또렷하지 않고,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도 없다. 거기에 많은 것이 걸려 있을수록 선택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 이야기는 한 의사가 의사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이자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현직 의사로, 의료현장과 의료 처치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전문지식이 돋보인다. 일반인인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독서에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수술 과정과 환자의 상태에 대한 설명, 의료현장의 개선점 등이 매우 현실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흥미롭고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저자가 지금까지 8권 이상의 책을 썼는데, 그 내공인지 책을 읽으며 순수하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를 평소에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해서 넘겼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과 독자로 하여금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인물의 입체성을 꼽고 싶다. 주인공인 유스케는 윤리적인 인물이지만 큰 콤플렉스를 안고 있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주조연 또한 마냥 선하거나 악하기만 한 인물은 거의 없다. 인물들의 장단점과,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뚜렷이 드러났다. 이러한 입체감 있는 인물들이 맞물려 소설을 끌고 나가고,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괴문서 사건이다. 고발장 사건은 왜 넣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책의 내용은 유스케와 세 인턴 간의 관계, 그로 인한 각자의 성장이 주이다. 괴문서에 대한 내용은 그 심각성에 비해 생각만큼 크게 다뤄지지 않았고 그 해결 과정도 지나치게 단순했다. 막판에 그 진상이 밝혀지긴 하지만, 너무 간단하고 빠르게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발장 사건 때문에 오히려 책의 주제나 줄거리가 조금 흐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 누구나 언제나 가지고 있는 질문일 것이다. 대개 윤리적인 선택에는 불이익이 따르고, 비윤리적인 선택에는 이익이 따른다.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깊은 계곡을 그 사이에 두고 있다.

모든 직업에서 직업윤리는 중요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이라면 특히 윤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현실은 똑같다.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지만, 실제 그것을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주인공 유스케의 행보를 따라가며 많이 감탄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익을 따지지 않고 환자를 위한 선택을 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점이 아니었다면 주인공에게 애정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결말부에서 유스케가 말하는 듯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거라고, 네 선택은 옳았다고.

책에 대하여

『구원자의 손길』은 먼저 목차 처리가 눈에 들어왔다. '메디컬'이라는 컨셉에 맞는 목차 페이지와 매 장을 구분하는 페이지도 따로 만들어 둔 점이 좋다. 『구원자의 손길』이라는 제목도, 읽기 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읽은 후에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띠지 문구가 조금 아쉽다. 구태여 '마지막 1페이지'를 강조하지 않아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경험상 띠지나 뒤표지에서 '마지막 1페이지'를 강조하는 책들은(마지막 페이지에 반전이 일어난거나,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지 말라든가 하는), 바꿔 말하자면 그 마지막 페이지 전까지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그 '마지막 페이지(혹은 마지막 장)' 전까지 제법 긴 지루함을 견뎌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으며, 작중 사건을 겪고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도 선명하다. 마지막 1페이지에서 특별한 반전이나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책의 장점을 좀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문구가 들어갔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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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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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엔딩롤이 끝난 후에도 그 사람 안에 남아 있는 영화이고 싶다.

비록 작고 밋밋한 영화일지라도 그 안에서 인생의 위안과 격려를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른 살 주인공은 어느 날 뇌종양 4기 진단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시한부 판정으로 절망하던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주인공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더 큰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악마가 거래를 제안한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를 없앤다. 그 대신 당신은 하루치 생명을 얻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무엇을 없앨지는 내가 아닌 악마의 선택.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대신 세상에서 어느 하나를 없앤다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진다면, 그럼 너무 이기적인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 앞에 악마나 나타나 거래를 제안하는 이야기. 소재 자체는 다양한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이 경우 보통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고 주인공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되기 마련이다. 내내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주인공이 파멸하지 않는다는 게 이 소설의 차이점이다.

평범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서야 삶을 되돌아보며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다. 이 경우 책의 차별점은 그 삶의 소중함과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는가로 결정된다.

처음에는 책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문장부호 '~!'의 사용, '우캬캬캬갸-'하는 악마의 웃음소리까지...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나,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초반의 표현이 가볍다고 해서 작품의 감성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반의 가벼운 분위기는 독자의 완충작용이었나, 싶을 만큼 주인공의 회상과 후회와 깨달음은 충분히 깊이 있었고 공감할 만했다. 저자의 문장력이 뛰어나다거나 통찰의 깊이가 눈에 띄게 깊지는 않았지만, 초반의 가벼움과 더불어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인생 속 일상의 소중함'을 잘 묘사했다. 너무 무거워지지는 않게, 그래도 적당히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후반부의 감동은 짙게. (결말부에서 울컥하기도 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주인공의 눈부신 성장도 함께 보여 준다.

주인공의 삶은 특별하지 않다. 직업도 평범하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며 지금의 삶까지 도달했다. 일주일 간 주인공은 그런 삶을 회상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귀중한 것을 되새기고, 후회는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그 순간 주인공의 삶이 빛나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삶이어도 현미경을 드는 순간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책을 다 읽은 후, 특별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는 삶은 없다고 주인공이 온 힘을 다해 말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나는 기적을 기대했다. 악마가 있으니 천사도 있지 않을까, 은연중에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런 걸 기다리며 살 수 없다. 그저 마지막까지 소중한 사람에게 힘껏 달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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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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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라면 무슨 일을 해도 용서받는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개인들의 치열한 싸움


"알아. 하지만 말이야, 조직이라는 게 나 혼자 아등바등해봐야 어쩔 수 없는 때도 있거든."

"그건 거짓말이야."

에리코가 일축했다.

"어떤 조직도 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 모든 사람이 '나 혼자 애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체념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다.

누가 보아도 승패가 분명해 보이는 이 싸움의 끝은 어떨까?

이 소설은 2000년 발생한 '미쓰비시 자동차공업 승용차 리콜 은폐 사건'을 바탕으로 한 사회파 소설이다. 저자인 이케이도 준의 '대기업이면 무슨 일을 해도 용서받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먼저 두꺼운 두께인데도 휙휙 넘어가는 간결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좋았다. '사회파 소설', '리콜 은폐 사건'등의 무게감 있는 수식어로 인해 읽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800쪽을 읽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다각도로 보여주는 사건의 전개, 각 인물들의 입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작가가 많은 고민과 조사를 거쳤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다.

"살아남기 위해 사회 정의를 접어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 정의를 지켜야 하는가."

소설을 읽으며 치밀한 구조에 많이 감탄했다.

이 책은 서장에 등장인물 표가 소개되어 있을 정도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사건의 중심인 호프자동차와 아카마쓰운송을 중심으로 도쿄호프은행과 하루나은행, 일간지, 경찰까지 기업과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각 조직에 속한 개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 은행, 일간지, 대기업의 부서에 속한 개인의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얽히고, 마침내 이들의 힘이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과 맞서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렇게나 복잡한 현실적인 조직구도를 하나의 이야기에 담아내다니.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니.

초반, 가볍게 넘어가는 책장에 생각보다 가벼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방심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사건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것,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깊이까지 얕지는 않은 소설이었다.

"자네가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올바른 방법으로 도출한 판단이라면 이유 없이 굽히지 마."

이 소설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개인들의 힘을 그려내었다.

아카마쓰 사장은 희생당한 가족에게 연민을 품고 자신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로 뛰며 고군분투하는 전형적인 영웅적 주인공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아카마쓰와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는 회사를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들의 아주 작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모여 대기업과 맞설 수 있는 힘이 된다.

나는 정의를 가장 귀중한 가치로 생각하지만, 모두가 정의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죄책감 때문이든, 과시하고 싶다는 욕심에 의해서든, 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든 옳은 일에 조금의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동인이야 뭐든 그 행위 자체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걸 확인하게 해 준 책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현 사회에서 대기업은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성 같다. 자본이 가장 큰 가치인 사회에서 가장 큰 자본을 가진 조직은 무너져도 무너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한 사람이 그 문을 밀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열 사람이, 백 사람이, 수많은 사람이 맞서기 시작하면 성에는 균열이 시작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마침내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직의 이름 아래 가려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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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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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과 고양이의 교환이라니, 슬프면서도 흥미로운 소재네요.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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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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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깊고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네요. 주인공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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