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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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엔딩롤이 끝난 후에도 그 사람 안에 남아 있는 영화이고 싶다.

비록 작고 밋밋한 영화일지라도 그 안에서 인생의 위안과 격려를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른 살 주인공은 어느 날 뇌종양 4기 진단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시한부 판정으로 절망하던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주인공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더 큰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악마가 거래를 제안한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를 없앤다. 그 대신 당신은 하루치 생명을 얻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무엇을 없앨지는 내가 아닌 악마의 선택.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대신 세상에서 어느 하나를 없앤다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진다면, 그럼 너무 이기적인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 앞에 악마나 나타나 거래를 제안하는 이야기. 소재 자체는 다양한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이 경우 보통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고 주인공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되기 마련이다. 내내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주인공이 파멸하지 않는다는 게 이 소설의 차이점이다.

평범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서야 삶을 되돌아보며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다. 이 경우 책의 차별점은 그 삶의 소중함과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는가로 결정된다.

처음에는 책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문장부호 '~!'의 사용, '우캬캬캬갸-'하는 악마의 웃음소리까지...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나,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초반의 표현이 가볍다고 해서 작품의 감성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반의 가벼운 분위기는 독자의 완충작용이었나, 싶을 만큼 주인공의 회상과 후회와 깨달음은 충분히 깊이 있었고 공감할 만했다. 저자의 문장력이 뛰어나다거나 통찰의 깊이가 눈에 띄게 깊지는 않았지만, 초반의 가벼움과 더불어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인생 속 일상의 소중함'을 잘 묘사했다. 너무 무거워지지는 않게, 그래도 적당히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후반부의 감동은 짙게. (결말부에서 울컥하기도 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주인공의 눈부신 성장도 함께 보여 준다.

주인공의 삶은 특별하지 않다. 직업도 평범하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며 지금의 삶까지 도달했다. 일주일 간 주인공은 그런 삶을 회상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귀중한 것을 되새기고, 후회는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그 순간 주인공의 삶이 빛나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삶이어도 현미경을 드는 순간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책을 다 읽은 후, 특별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는 삶은 없다고 주인공이 온 힘을 다해 말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나는 기적을 기대했다. 악마가 있으니 천사도 있지 않을까, 은연중에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런 걸 기다리며 살 수 없다. 그저 마지막까지 소중한 사람에게 힘껏 달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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