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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짓는 공간
김승회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시간을 짓는 공간
누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만의 집을 꾸미는 일과
더 나아가 자신의 집을 짓고 살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는것 같다.
나 역시 집을 꾸미는 것으로 시작해 이제는
나의 삶 그 자체가 되는 집을 짓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카페나 블로그에서 자신의 집을 멋지게 꾸민 사진들을 보며
따라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집을 짓는것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지 않아 어떤 과정을 거처 집을 짓게 되는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궁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건축가가 들려주는 삶의 의미를 담은 집을 짓는 과정을 담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의 첫 번째 공간은 여주주택 “소운”이다.
저자는 “내게 왜 집이 필요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홀로 작업할 수 있는 고요한 공간을 갖고 싶은것이었다.
지인들 중 기혼자들이 특히 이런 소망이 많았다.
남편이나 아내, 자녀들이 없는 고요한 나만의 공간을
매우 목말라 했다.
저자가 처음에는 홀로 작업할 수 있는 고요한 공간을 꿈꾸다가
그 꿈이 점점 확장되었다.
그리고 꼬박 15년 만에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 냈다.
책 속에 15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원하는 집을 설계하기 시작했을 때,
저자는 소망목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망목록을 보자 나도 모르게 베시시 웃었다.
사람들 생각이 많이 비슷하구나...
저자의 소망목록은 나의 소망목록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의 아이디어를 모방할 수 있어
이 책을 두고 나의 집을 지을 때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중간 저자의 스케치나 도면, 실제 사진등이 함께 있어
나보다 먼저 꿈을 이룬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생생하게 “소운”을 만날 수 있었다.
“갓 지어진 주택이 진정한 ‘집’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은
그곳에 누군가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거주를 통해서
비로소 ‘집’이 된 공간은 거주으 세월이 누적되면서 ‘집’으로서 성장한다“
<p.143>
저자가 자신의 집에 의미를 붙이자 "집“이 성장하는 것 처럼 보였다.
공부하는 집, 함께 머무는 집, 홀로 머무는 집, 노동하는 집,
공포의 집, 꿈속의 집 제목을 붙이고 그에 대한 경험들을 담고 있어
그냥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서 여러 가지 집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두 번째 공간인 “소율” 공간에 이름을 부여하는것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사실, 건물에도 모두 주소를 위한 이름이 있지만 멋있다고 느낀적은 없다.
나는 최근 나만의 서재를 만들고 이름을 지으려고 여러 가지를 찾아보았다.
역사속 인물들이 가진 서재의 이름을 보며 나도 이런 이름을 하나 정해서
나만의 서재이름으로 사용해야지 했는데,
집이나 작업실에 이름을 주는것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모든 공간은 시간을 품고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의 제목이 왜 시간을 짓는 공간인지 알듯했다.
저자는 15년만에 이룬 소망을 나는 몇 년이나 걸릴까?
지금부터 소망목록을 열심히 적어본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이루어질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내가 집을 지을 때쯤이면
시간은 흘러 지금 내가 머무는 곳이 과거가 되었을 것이다.
미래의 내가 지을 집터에는 지금 어떤 추억이 쌓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