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약용의 고해 -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지막 고백
신창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2월
평점 :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던 내가 몸에 조금씩 아픈곳이 생기고 나이가 들어가고 또 예기치 못했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주변의 물건들을 소박하게 정리하는것을 시작으로 죽음을 언제 올지 모르는 일로 생각해 보면서 살고 있는 지금 정약용의 고해를 만났다.
저자는 이 책을 정약용이 적양용에게 전하는 독백이라고 말하며 생의 고해를 거친 삶과 회한을 담담하게 인정하며 스스로에게 털어놓는 고해성사라고 말한다.
그 당시의 60갑자면... 지금 우리 시대는 언제쯤일까? 80살정도?
내 나이 80정도 되면 내 삶을 돌아보며 정약용과 같은 고해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평생 이루지 못할 엄청난 일을 해낸 사람도 우리와 같은 성정의 사람으로 고뇌하고 번뇌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뉘우쳤다고 하니, 내 삶을 돌아보기가 겁나기 까지 하다.
한참 정약용에 글에 빠져있을때 정약용의 책은 무조건 보았다.
남양주에서 목민심서 영어판을 받아서 보려고도 했다. 영어가 짧아 읽지는 못했지만,
아직은 너무 젊은 나이에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미리 준비하려 하는데
나의 노년에 나도 이처럼 나의 묘지명을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해에는 고백과 용서가 전제되어 있으며 저자는 정약용의 예순에 기록한 자찬묘지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정약용과는 다른 정약용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방대한 글 속에 묻힌 그의 민낯을 보고 싶었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 정약용은 나이 예순에 이르러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죽음을 가늠했을 무렵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에게 무슨 고백을 털어놓고 싶었을까.” <p. 7>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을 이렇게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을까?
저자의 정약용에 대한 질문이 눈길을 잡는다.
사는데 바빠 나 자신에게 못해봤던 질문들, 이 책을 통해 정약용을 만나면서 내 자신에게도 질문해 보고 싶어진다. 나는 나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는가. 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하면서 책을 읽어갔다.
책을 읽기만 했지 가계도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가계도를 한눈에 보기 좋게 그려놓자 정약용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것 같았다.
1부에서는 나 선비의 아들 열수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한다. 자시의 뿌리 가족, 터전, 자신의 학문의 시작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2부에서는 나 임금의 신하 약용
정약용과 정조의 대화들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많이 느꼈다.
3부에서는 유배지로 떠난 다산으로 유배지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4부에서는 나 유학자 여유당으로 자신의 공부에 대해 다시 해석하였다.
마지막 장에서는 다시 나, 정약용으로 돌아와 정리한다.
“이렇게 나의 모든 것을 돌아본 지금, 다시 나를 고백한다. 나는 건륭연가, 1762년 임오년에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 도왕연간인 1822년 임오년을 다시 만났다. 나는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을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을 지낸 세월이었다.
이젠 지난날을 거두고자 한다. 거두어 정리하고 일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진정으로 올해부터 빈틈없이 촘촘하게 내 몸을 닦고 실천하며, 저 하늘의 밝은 명령, 나의 본분이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나아가고자 한다.“<p.238>
나도 60갑자에 내 삶을 돌아보아야 겠다.
그리고 그 이전에 지금 현재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고 빈틈없이 촘촘하게 내 몸을 닦고 실천하며, 하늘의 명령, 나의 본분이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