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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이겨내는 기술 - 사랑의 실패와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하여 ㅣ 테드 사이콜로지 시리즈
가이 윈치 지음, 이경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20년 6월
평점 :
상실을 이겨내는 기술
장마철 습한 기운을 싫어한다.
아무리 빨래를 해서 널어놓아도 꿉꿉하고 눅눅한 기분을 없앨 수 없다.
또한 집안에 물건이 많은 상태로 장마가 오랜시간 온다면
아무리 청소를 해도
집안 곳곳이 물통에 빠진 후 말리지 않은 느낌을 만들어 내곤 한다.
이 책의 저자가 표현한 “보송보송”이라는 단어를 보며
현재 내가 있는 집안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과 몸을 생각했다.
슬픔, 상실, 상처 등 감정의 장마가 누구에게든 찾아온다.
사람에 따라 아주 조금 내리고 마는 장마가 있을수도 있고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장마를 인생에서 만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의 장마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 혼자 이겨낼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이 책은 마치 장마철 끊임없이 내리는 비 혹은 비온 뒤
눅눅한 우리의 감정에 때로는 가벼운 제습제, 선풍기
또 다소 묵직한 제습기에 해당하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 저자가 심리치료를 하며 경험한 내용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학술지를 통해 상실을 이겨내는 방법을 리뷰하고
자신의 글과 치유의 과정에서 경험한것들을 풀어냈다.
이러한 이론과 경험에서 나온 것들에는
슬픔을 인정받지 못해서 더 슬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어떤 사건을 경험하면 누군가에게 말을 하며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것만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을 경험하고 상실에 빠져있을 때
충분한 인정을 받기 어렵다.
함께 일했던 친구의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친구는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
매일 울었으며, 밥을 먹지도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하지 못했다.
그런 친구들 보며 회사에서 일도 못할 정도인가?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 마음이 이럴진데... 친구의 슬픔은 인정받기 힘든것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것같다.
그 슬픔을 충분히 인정받았더라면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까?
친구의 상실에 대한 비통함을 너무나 오래갔다.
저자는 이별의 상처를 오랫동안 회복하지 못할 때 우리가 잃는것는
비단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내심뿐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 지지를 잃으면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조바심고 불안을
자신의 일부로 삼게 되고, 자기연민까지 잃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지원 감소와 자기비판 증가라는 이중 불행을 떠안게 된다는 말이다.
친구는 슬픔에 중독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몸까지 아팠다.
주변사람들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강아지의 죽음이 이렇게 까지 갈 문제인가라고 생각하며
점차 불편해 했던 것 같다.
나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과 갑자기 헤어졌다.
외국유학을 다녀온 상대방이
직장을 구하는 시기에 무엇인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그사람은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났다.
그 시절 이별에 대한 애도반응으로
회사에 출근하면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었다.
매일 옥상에 올라가 빙빙 돌며 슬픔 음악을 듣다 내려왔으며
사람들한테 이별에 대해 말하고 하소연도 많이 했다.
충분히 한 후 점차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그 이후 몇 년간 계속 생각은 나고
지인들과 만날 때 그 사람 소식을 들으면 또 우울해졌지만
일상생활에 지장까지는 없었다.
그때 나는 충분히 울었고 사회적 지지도 적절하게 받았다
그래서 인지 슬픔에 장악당하진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슬픔에 장악당한 사람의 경우 모든 것을
암흑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고 말한다.
무엇을 경험하든 어떤 것을 보든 자신의 슬픔과 결부해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스스로 이러한 슬픔에 중독되거나 슬픔의 폐쇄회로에 빠진 사람들이
슬픔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책과 께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는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업무와 관련되어 상실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 역시 이 책을 옆에 두고 읽으며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