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떠나보내며

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서재를 떠나보내며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으로 재직중인 저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 평가받고 있고
이 책속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 보르헤스에게
4년간 책을 읽어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
집에 내 욕구를 충족시켜줄 책들을 많이도 모아두었다.
정독했던 것도 있고, 그저 끌리는 문장, 끌리는 몇 장의 글을 읽고 만 책들도 있다.
두고두고 다시 찾아 보는 책도 있다.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만의 서재를 갖고 싶어하고
집에 책이 넘쳐날 경우 나만의 도서관등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알베르트 망겔을 세계 각국에서 살며
자신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책을 싸고... 책을 풀고...를 반복하는 삶
자신의 삶의 경헌을 책과 연결시켜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저자는 공공 도서관을 좋아하고 무한이 뻗어 있는 책들의 대열을 사랑하고 말한다.
그의 이 표현이 나의 마음과 같아서 좋았다.
나 역시 여러 공공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그 냄새... 오래된 책 냄새, 새로운 책 냄새
나지막하게 웅얼대는 소리, 은은한 불빛을 던지는 램프...
이 설명을 할 때 외국 도서관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초록색 램프가 똑같이 책상위에 있고 모두 켜져 있다.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흔히 회국 도서관 사진에서 보던 풍경이다.
나중에 외국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그 나라의 공공도서관에 가보고 싶다.
저자가 설명하는 공공도서관의 아름다움... 나만의 느낌.
이런 느낌을 저자는 자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을 통해
나 자신이 순수하게 언어적인 차원으로 환원되는 것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솔직히 이게 무슨 느낌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말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주 웅장한 도서관에 갔을 때, 혹은 동네 작은 도서관에 갔을 때
느껴지는 느낌과 조금은 비슷할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느낌을 그져 느낄 뿐이었는데
저자는 자신의 느낌을 책속의 문장이나 혹은
전혀 새롭운 글로 표현하는 것을 볼 때
세계최고의 독서가 답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런 성공과 관련된 책이 아닌
순수하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책을 접하는 마음은 다른 것 같다.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은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는다.
나는 책을 사랑하는가?
그는 책과 함께 호흡하는 것 같은데 나는 어떠한가?
책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즐겁게 하고,
나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내게 조언하고 일종의 능동적이고
열광적인 친근함으로 나를 묶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나 역시 책은 나를 즐겁게 하고, 혈관을 타고 흐르며, 내게 조언한다.
저자가 말하는 “어느 책 한 권이 저 혼자서 우리의 정신 속으로 스며드는 법은 없다. 그 책은 우리를 더 많은 다른 책들로 나아가도록 인도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들을 소망하게 되는 것이다” <pp.39>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을까?
나도 내가 느끼는 책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쓰지는 못한다.
이 책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읽으며 저자는 나를 다른 책들로 나아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최근 책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저자는 책은 그걸 읽는 순간 속에 존하고, 그 후에는 읽은 페이지들에 대한 기억으로서 존재하며, 책이라는 구체저 형태는 얼마든지 처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보르헤스가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보르헤스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기억하는 몇 줄의 문장이었지, 그 문장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라는 구체적 형태는 아니었다” <p.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