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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끝에 철학 - 쓸고 닦았더니 사유가 시작되었다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8년 3월
평점 :
청소 끝에 철학
저자는 자신이 청소를 잘 못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처음과 끝은 모두 청소에 대한 것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정말로 청소를 못하는걸까?
청소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것일까?
방송인 서장훈처럼 결벽증에 가까운 것을 청소를 잘한다고 봐야 할까?
나 역시 청소에 대한 관심과 생각은 많지만 청소를 잘 못한다.
청소에 집착할때는 심할정도로 집중하다가
나에게 더 집중할만한 일이 생기면 청소는 나중일이 된다.
삶을 바쁘게 살아가다가 문득 나의 환경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평생 하고 있는 다짐을 또 한다.
“바쁜 일이 끝나면 깡그리 청소하고 정리 하겠어~”
이 다짐은 정말이지 평생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청소나 일상생활의 사소한 장면에서
사유했던 것들과 일치하는 글들을 만나 무척 반가웠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사사키 후미오나 유루리 마이처럼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홀가분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살지만
실제 삶은 여전히 불필요한 것들을 잔뜩 끌어 안고 살고 있다.
하지만 한해 한해 같은 다짐과 여전함 사이를 오가며
작은 변화들을 발견한다는것에 희망을 느끼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많은 철학자가 정돈된 문장으로 말했던 것들이
사실 우리 주변에 날것 그대로 있어왔다는 말이 매우 와닿았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철학이 포함되어 있어
틈만 나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정말로 생각이 잘 난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이 떠 오르기도 하고
청소기를 돌리다가 무언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은 청소를 통해 본연의 나와 만날 수 있음을 말한다.
사실 미니멀, 단샤리, 단순한 삶등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조금씩 그 주제들이 달라져 가고 있다.
이 책 역시 최근 이슈인 미니멀과 또다른 이슈 ‘나 답게 살기’의 주제를
철학적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책이든 나의 청소본능을 깨워줄 수 있는 책이라면 환영이다.
저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나의 손길이 머무는 주변을 살펴보면 된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며 나의 손길이 머무는 주변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방안은 어수선하고 너저분 자체다.
그러나 회사는 이와 반대로 심할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집과 회사 모두를 통일시키는게 현재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일단 회사만이라도 유지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퇴사할 때 출근 복장 그대로 출근 할 때 가방 그대로 퇴사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그것을 위해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청소 끝에 보이는 것이 ‘나’이고 바로 ‘삶’이라면 좀 더
청소를 통해 나를 찾아야겠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종교나 철학 같은 정신 활동의 최종 목표는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깨달음이든 해탈이든 어떤 경험을 통해
이전의 것을 지워야만 새로워진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
이처럼 ‘청소’라는 개인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 있는 한,
때가 묻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무척이나 청소가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