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우리 문화 그림책 5
김용택 지음, 전갑배 그림 / 사계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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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짬을 내서 도서실에 내려 갔다.

도서실은 아이들이 종기종기 복작거릴 때도 기분이 좋지만

사실은 한적한 고요가 머물고 있는 때라야 책과의 즐거움을 한층 만끽할 수 있다.

책을 빼들고 서가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다리가 저릿해 오는 느낌까지도 즐겁다.

서가를 눈으로 죽 훑어 내리다 꽂이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뽑아 들었다.

시인 김용택의 책이었다. 어, 언제 이런 책도 내셨나?

가끔 그림 동화책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읽는다기 보다 본다는 게 더 맞을까?

자질구레한 치장이나 변명이 없이 눈과 마음에 휴식같은 책들을 운좋게 뽑아낼 때가 있다.  

 책을 빼들고 겨울 햇살이 맑게 비쳐드는 유리창가로 가서 끝까지 읽었다.

뜻밖에도 죽음에 관한 책이었다. 아흔 몇 세가 되어 돌아가신 할머니를 장례 치르는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담담하고 정겹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시 같기도하고 산문 같기도 하고.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보얀 머리에 은비녀를 꽂으셨던 할머니.

지금은 경상도 어느 산중에 누워계신다.

우리 할머니 무덤 잔디 위에도 이 맑고 따뜻한 햇살이 비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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