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참되게 바꾸는 곳이 `서당` 너머 `학교`였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신청합니다. 마침 옛 공부에 관심있는 벗이 있어 함께 강의 듣고 싶습니다. 1,2강 2명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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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전2권 세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게으른 자의 책읽기가 한동안 멈추었다.

학교제도에 심한 염증을 느끼고 교육 관련 책들을 잔뜩 빌려다 놓았다가 결국 한 권도 제대로 독파하지 못하고 책장만 들썩거리다 도서관 반납 기일이 되어 반납해 버렸다. 읽기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쓰기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다 쉽게 내리 읽어 치운 책이다. 박경철. 이 사람은 한겨레 신문 칼럼 필진이어서 그의 글을 몇 편 읽어왔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호감이 있었다. 박경철이 의사일 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 전문가이며 독서와 글쓰기에도 나름의 관록이 있다는 정보는 새롭게 수집했다.

이 책은 전부터 서가에 꽂혀 있는 걸 몇 번 봤지만 왠지 선뜻 빼들어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책이 같은 제목으로 두 번째 권까지 나와 있고 알고 보니 책따세 추천 도서이기 까지 했다.

제목이 의사가 아닌 시골의사라. 희생과 가난을 자처한 숭고한 이미지의 농부 모습을 한, 그러니 당연히 인자한 주름이 굵게 패인 얼굴이리라 생각했다. 또 아름다운 동행이라니 표지 사진은 산골에서 해맑게 웃는 코찔찔이 녀석들 몇 놈과 손을 맞잡고 들길을 걷는 장면이 아닐까 나름대로 머릿 속으로 북디자인까지 했건만 그런 건 아니었다.

여기서의 '시골'은 서울이 아닌 '변방'을 이르는 말이다. 대학 때 방학이 되면 지방에 사는 친구가 늘 떨뜨름해하며 듣던 말이 너 '시골' 안내려가니? 였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교통이 혼잡해도 서울이 아니면 그냥 시골이다. 글쓴이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개업한 젊은-적어도 주름살은 보이지 않는-외과의사다. 주식투자 전문가라는 거의 이력도 시골의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책 내용은 주로 그가 만난 환자들의 삶이다. 그가 만난 환자들은 왜 하얀 가운을 입은 외과의사-정신과도 아닌-그에게 그네들이 살아온 고단한 인생 역정을 털어놓는 것일까. 단지 시골이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수혈을 반대하는 종교를 가진 여의사. 염산을 마셔버린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20살 여자. 신혼 때 헤어져 독수공방하다 50년 만에 재회해서 단 두 달을 함께 산 부부, 해독조차 불가능한 농약을 마신 40대 외팔이 아들을 데리고 추운 겨울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노모, 한 쪽 다리를 잃은 시름을 딛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결혼 인사하러 온 멋쟁이 그녀. 아이를 낳겠다는 일념으로 두 번에 걸친 목숨을 건 임신을 하고 결국 DOA상태로 병원에 실려온 여자.
그가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생명의 존엄 앞에서는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없고, 악한 놈도, 지극히 선한 놈도 모두 공평하게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죽지 않을 상황에서도 죽고, 죽었다 포기한 상황에서도 깨어나고, 고난을 겪을 만큼 겪었다 싶은데 더 큰 시련이 덮치고, 지극히 베풀며 선하게 살았다 해서 건강과 행운이 주어지지도 않는 비합리적이고 불가해한 인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생의 법칙이란 외과이사의 매스 만큼이나 차갑고 섬뜩하다.

그래도 산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여기에서  더 열심히 모든 걸 걸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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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우리 문화 그림책 5
김용택 지음, 전갑배 그림 / 사계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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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짬을 내서 도서실에 내려 갔다.

도서실은 아이들이 종기종기 복작거릴 때도 기분이 좋지만

사실은 한적한 고요가 머물고 있는 때라야 책과의 즐거움을 한층 만끽할 수 있다.

책을 빼들고 서가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다리가 저릿해 오는 느낌까지도 즐겁다.

서가를 눈으로 죽 훑어 내리다 꽂이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뽑아 들었다.

시인 김용택의 책이었다. 어, 언제 이런 책도 내셨나?

가끔 그림 동화책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읽는다기 보다 본다는 게 더 맞을까?

자질구레한 치장이나 변명이 없이 눈과 마음에 휴식같은 책들을 운좋게 뽑아낼 때가 있다.  

 책을 빼들고 겨울 햇살이 맑게 비쳐드는 유리창가로 가서 끝까지 읽었다.

뜻밖에도 죽음에 관한 책이었다. 아흔 몇 세가 되어 돌아가신 할머니를 장례 치르는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담담하고 정겹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시 같기도하고 산문 같기도 하고.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보얀 머리에 은비녀를 꽂으셨던 할머니.

지금은 경상도 어느 산중에 누워계신다.

우리 할머니 무덤 잔디 위에도 이 맑고 따뜻한 햇살이 비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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