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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팔지 마세요! ㅣ 청년사 고학년 문고 1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청년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평화와 인권의 바다로
이런 말들을 자주 써보곤 한다. 그런데 기실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할 소재거리(매개들)들은 참으로 부족하기 그지 없다. 더욱이 아이들과 함께 평화와 인권의 가치와 힘을 나누기에는 버겁기 그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과 잡무에 치이다보면 통제와 감독의 효율성이라는 늪에 빠져들뿐 아이들의 인권과 호혜와 배려에 기초한 사랑이란 말은 저 하늘의 뜬 구름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윤리나 도덕 그리고 정치경제 시간에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권위주의를 일상화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처럼, 평화와 인권의 구체적 일상성은 철저하게 무시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소재거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볼 가치가 있는 듯하다. 이제 전쟁놀이(?)라는 형용모순의 비극에 대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평면성을 넘어
아마 동화의 주인공들은 전형적인 평면성을 넘어서지 못하곤 한다. 어떤 사건이나 좋은 사람에게 감화되어 한 단계의 깨달음과 성숙으로 다시 태어나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주위 배경이 될 뿐 오로지 주인공만이 조금 사람다운 냄새를 풍길 뿐이다. 그런데 저자의 동화는 그렇지 않다. 많은 주인공들이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생동감으로 뿜어내고 있다. 단순한 적의에서 출발해서 사랑과 이해 그리고 평화와 연대에 다다르는 성찰의 여로에는 많은 주인공들의 깨침과 깨임이 드러난다. 관계의 얽힘을 풀어내는 매끄러운 솜씨에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누가 비극을 파는가?
보미의 말처럼 이런 평화와 인권을 말하는 동화가 비극을 멈출수는 없을 것이다. '벽보 한장 붙여 놓고 아이들 생각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한다면, 그 사람은 어리석거나 욕심쟁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며칠 지나자 아이들은 벽보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고, 남자 아이들은 여전히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았다. 겉보기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평화와 인권의 씨앗은 천천히 소리없이 하지만 근본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와 아이들이 전쟁의 비극성을 깨닫고 평화와 인권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지 않을까! 아마 평화와 인권의 시작은 전쟁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음흉한 괴물들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저자의 우화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 바래본다. 저자가 시작한 평화와 인권의 작은 걸음. 그 걸음이 평화의 우주를 만드는 씨앗이 되길 바래본다. '처음에는 작은 풀씨 하나가 바위 틈에 쌀짝 내려앉아 뿌리를 내리고, 그것이 썩어 거름이 되면 풀씨가 뿌리를 내릴 토양을 만든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이 흐르면 아무리 단단한 바위산 위에도 생명이 자라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