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논리 한길그레이트북스 38
질 들뢰즈 지음, 이정우 옮김 / 한길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구조주의의 형식성을 전면적으로 아니 근본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들뢰즈의 전면전이다. 상투화된 구조주의 이해의 도식성을 구조주의를 새롭게 정초하면서 방어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도무지 알듯 말듯한 구조주의를 이해하기에 가장 쉬운 개설서가 되고 말았다. 구조주의가 비판하는 현상학이나 구조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레비 스트로스에게서 좀처럼 뜨거운 열정과 관심을 느끼지 못한 이들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탄탄한 지적 교양이 바탕이 된 놈들이 원체 많은 나라여서인지, 아니면 주식하게 지내온 한반도의 촌부여서 인지 모든 예화들을 다 소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소문의 어려움과 달리 아주 간명한 논리도식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고 소화할 수 있다. 지적 허영의 위세에 속지 않고서도 구조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와 문들을 마련해 놓았다.

들뢰즈는 구조주의(구조주의를 세련화한 후기구조주의)를 만나기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등을 추전하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많은 책들이 있지만 캐롤의 글들을 꼼꼼히 읽는다면 들뢰즈가 먼 소리를 하는지 명쾌하게 다가올 것이다. 예를 들어 험프티 덤프티에 대한 관점과 해석 차이에서 들뢰즈와 하버마스는 결정적으로 갈라지게 된다. 들뢰즈가 덤프티를 탁월한 구조주의의 기계이자 매혹적인 탈주자로 바라보는 반면 하버마스는 그의 슬픔과 비애를 비판한다.

험프티 덤프티는 개그 콘서트의 우격다짐의 시초이자 전형이다. 과연 들뢰즈가 낸 '문제가 어려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들뢰즈가 던지는 유희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여서 일 것이다. 한없이 경쾌한 기분으로 그를 만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감염되어 친구가 되고 나면, 그의 가치와 한계를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그에게 따뜻하게 표현하게 될 것이다. 언표의 차이로 헛돌지않고 계열적 차이의 낯설음을 넘어서 화통한 대화를 나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와 친구가 되서 그를 비판하기 위해서 좋은 개론서이다. 문자의 거짓말에 속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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