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와 하이데거
DANA R.VILLA 지음, 서유경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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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정치적 행위의 새로운 지평에 대한 탐구는 아직은 낯선 것이다. 집단행위의 열정은 우매한 군중의 비합리성으로 치부되거나 혁명적 실천으로 추앙될 때 정작 정치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기든스의 대화민주의의나 하버마스의 협의민주의의 전략 혹은 근자의 최장집의 자유-민주주의(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절출형) 전략은 근자에 유행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버전들이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정치적 실천의 전략들이 발딛고 선 지평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자기제한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체계내적 민주주의 전략의 내재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정치적 행위의 구체성과 복잡성을 탐구하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치명적인 덫에 가로놓여 있다. 제도화의 딜레마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윤리의 구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복잡한 것은 보울즈와 진트스 혹은 코헨 아니면 우즈 등의 국가와 경제 체계의 내부의 민주화 전략은 물론 정치적 행위의 모순적 역동성을 가능케하는 조건과 행위전략이 이중적으로 제안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렌트 해석의 두 줄기는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이다. 하버마스나 Benhabib는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으로 아렌트를 바라보고 들뢰즈류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경도되어 있는 상황이다.

빌라는 이런 아렌트 르네상스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가르면서 무목적성의 지평에서 아렌트 행위의 모순성을 풀어놓고 있다. 아렌트의 공론장을 차이와 다수성을 긍정하는 싸움터형(agonistic)으로 모순적으로 긍정하는 빌라의 이론전략은 아렌트 내부의 복잡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버마스가 협의지향성과 정통성 연관성의 한계에 갇혀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 하이데거적인 무목적성 지평에서 세계소외에 맞서는 다수성의 가치를 긍정한다. 현대에서 불가능한 애도형 공공영역(ers publica)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시대착오를 보여주지만 새로운 정치실천에 대한 규제적 유토피아를 논쟁 지평에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지도책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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