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그림으로 이해하는 교양사전 1
발리 뒤 지음, 남도현 옮김 / 개마고원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망망대해를 건너거나 험준한 산길을 지보없이 간다고 해보자. 산과 바다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은 그 고마움과 가치를 잘 모를지도 모른다. 마치 자신은 어떠한 지도도 없는 듯이. 하지만 그들에게도 지도는 없다. 몸이 기억하는 지도가.

우리나라의 이론가들은 자신의 신체가 기억하고 있는 지도를 보여주길를 꺼려한다. 기실 알량한 자신의 지도가 들통날가봐 두려운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지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이야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이 책은 그런 고수의 숨결이 느껴진다. 논란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산행에 나선 이들이 직접 고칠 수 있는 것들이다.

산행을 막고 무기력하게 학구적 권력에 복종하게 만드는 한반도의 비극적 구라보다 청명하고 단아하다. 세계지도는 한장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상사의 지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지도를 볼 줄 모르는 이들에게, 이론이라는 산행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도가 나왔다.

문제는 이 지도를 고칠 꼼꼼한 여행가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리라.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아주 상식적인 이론의 탐구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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