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장소 -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
이-푸 투안 지음, 윤영호 외 옮김 / 사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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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공간과 장소들을 떠올렸다. 깊은 밤 텅 빈 4차선 신작로에서 느꼈던 광활함, 처음 경험한 바다의 깊이와 촉감, 햇빛 냄새가 밴 이불 속의 포근한 감각들. 그것들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나를 형성한 장소 경험이었다. 투안의 말처럼 장소는 눈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몸, 오감 등 경험기억을 통해 생성된다. [공간과 장소]를 읽으며 공간은 관계를 기다리는 가능성이고, 장소는 관계 맺기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이 말은 내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공간을 지나치지만, 그 안에 있는 기억과 감정, 관계의 흔적을 쉽게 의식하지 못한다. 어쩌면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소의 의미를 드러내고, 사소한 경험과 감각 속에 머물던 기억에 형태를 부여하는 일. 그런 점에서 나의 작업 역시 공간 속에 숨어 있던 관계의 흔적과 장소의 기억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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