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작별 -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남유림 지음 / 도서출판 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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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림 작가의 《단정한 작별》을 읽고 상실과 슬픔을 넘어, 인간 내면에 자리한 죄책감과 이기심,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사유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중증 장애를 지닌 딸 해든이의 10년 7개월을 지켜본 어머니의 기록이다. 열아홉 번의 전신마취와 처절한 치료 과정을 견뎌낸 아이를 향해 작가는 "살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염치없다"고 고백한다. 이 구절은 부모의 연명이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상실의 절망과 죄책감이 두려워 아이의 고통을 외면한 이기심인지 묻는 윤리적 자각으로 다가왔다.
특히 책 전반을 관통하는 ‘돌봄 노동’이라는 표현과 아이가 떠난 뒤 찾아온 정체성의 혼란은 깊은 불편함을 남겼다.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에는 장애나 불행을 부모의 업보나 ‘근거 없는 원죄’로 받아들이는 유교적 부채감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내가 아이를 포기하면 나쁜 엄마가 된다"는 공포와 죄의식은 아이를 편히 보내주지 못하고 집착하게 만든 거대한 굴레였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생명을 놓지 못한 11년의 세월 속에는, 역설적이게도 자기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했던 인간 본연의 이기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식을 먼저 보낸 비극 앞에서 타인이 감히 ‘이해’나 ‘위로’를 말하는 것은 경솔한 일일 것이다. 아이가 죽은 후 작가는 요리나 제빵 자격증을 따며 자신으로서 살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은, 타인의 공감을 얻기 위함이 아닌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치열한 ‘상실의 의식(Ritual)’으로 읽힌다.
결국 이 책은 숭고한 모성애라는 포장지 뒤에 숨은 한국적 원죄의식의 폭력성과 인간의 이기심을 정직하고 선명하게 들춰낸다. 동시에 끈적하고 질퍽한 그 죄책감의 늪을 통과해 마침내 자아를 분리하고 홀로 서려는 한 인간의 서글프고 단정한 뒤늦은 작별 인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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