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올리브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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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뜨거운 태양 아래서 따스함을 느낄 때가 있다.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서 등 뒤를 살짝 찔러오는 따사로움. 어쩐지 그 따사로운 빛을 포착한 듯한 이 상큼하고도 달콤한 <태양 아래 올리브>의 표지 너머에는 생각지도 못한 서늘함과 슬픔, 충격과 웃음이 뒤얽혀 있다. 

소재도 생소하거니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며 각자 복잡한 마음을 품고 투닥대며 나아가는 솔민과 이레의 여정을 때로는 불안한 마음으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비어져 나오는 웃음에 실실대며 따라가다 보면 ‘준’이라는 충격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온 듯한 이 미래의 이야기 속에서 준의 챕터, ‘단 한 번의 연산’을 읽고 있으면 마음을 가진 도구가 느끼는 슬픔과 부조리함을 넘어 내가 바로 그 통 속의 뇌는 아닐까 싶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가끔 너무나도 예쁜 하늘의 풍경이 어떨 때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처럼 현실감 없고 괴리감마저 느껴질 때 시뮬레이션 이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이 정말 통 속의 뇌가 꾸는 꿈이라면, 허구라면 어떻게 하지? 그 허구의 세계가 내가 인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현실이라면, 절망해야 할까?


『 "하늘은 그냥 하늘이 아냐. 색이 막 섞여 있단 말이야. 파란 하늘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파란색이 아닐 때가 더 많아. 흰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고, 빨간색도 있어. 이렇게 하나씩 칠하고 전체를 보면…. 어때? 진짜 하늘보다 멋지지?”

이 그림은 당신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당신이 보기에 채림이 그린 이 하늘은 ‘진짜’가 아니다. 채림은 그게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속에서 당신은 줄곧 현실을 갈망해왔다. 현실의 빛, 현실의 색, 현실의 공기, 현실의 시간. 그런데 채림은 일부러 현실이 아닌 것을 만들어놓고, 그것이 실제보다 더 좋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삶도, 당신의 시간도, 이 시뮬레이션도 현실만큼 좋을 수 있는 것인가? 때로는 현실보다 더? 당신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과 맞닥뜨린다. 』


김초엽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증명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끝내 믿기로 선택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며 썼다’고 했다. 이 세상이 현실이든 허구이든, 나의 존재와 선택에 세상이 호의적이든 적대적이든, 이곳이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자 뿌리내린 곳인 이상 나의 세계임은 틀림없다. 때때로 의심하고 방황하면서도 끝내 믿기를 선택하는 일. 잘못된 올리브가 아닌 이 세계의 올리브로서 그 태양 아래서 뿌리를 확장하며 살아간다면, 이 유한해 보이는 시간을 최대한 원하는 것들로 채우며 스스로 옳다고 믿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윽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곳이 수조 안이라고 해도 그 시간들과 이후의 일도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사는 동안은 잘 살아보기로 한다. 어쨌든 지금 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세계의 일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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