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안형선 지음, 조원지 그림 / 크래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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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표지의 말풍선에 적힌 "문제가 될까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너무 좋은데요?"라고 답하고 싶다. 늘 우리 주변에 존재했지만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들, 혹은 어떻게 진입할지 막막해서 도전하기 전에 포기부터 했던 일들을 개척하는 여성은 늘 있었고, 그들이 남긴 기록은 다른 여성들에게 꿈을 품고 나아갈 원동력이 될 수 있기에 하나하나 소중하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성별에 대한 편견을 접했고, 편견이 스며든 만큼 우리의 꿈은 작아졌다. 사실 문학, 수학, 과학, 기술, 예술, 철학 모든 분야를 통틀어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초 대표 분야 중 하나로 여겨지는 컴퓨터 공학에서도 '컴퓨터'는 원래 '계산하는 여자'를 뜻하는 단어였고, '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에이다 러브레이스, '최초의 컴파일러 개발자'는 그레이스 호퍼라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 시절에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하지 못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여성들이 많았음을, 그리고 그들이 이룬 업적이 기록에서조차 배제되고 지워지고 희석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처럼 여성이 잘 보이지 않던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그 길을 걸어가며 '여성 기술자'의 존재를 알리는 일은 타의와 편견에 쪼그라들었던 여성들의 세계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확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가면서 느꼈지만 결코 고쳐지지 않았던 불편함이 조금씩 개선된다.




여성이라면 남성 수리 기사의 방문에 불편함을 느껴 본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맡은 작업을 열심히 하고 필요한 부분만 설명하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여성 고객을 자기 아래로 보고  필요하지도 않은 설명을 과도하게 늘어놓거나 아예 설명을 안 하거나 뜬금없이 화장실을 쓰겠다고 해서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낄 때도 적지 않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늘기만 하는 세상에서 여성 기술자의 존재는 구원이나 마찬가지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의 저자는 집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워크숍을 통해 여성들을 위한 집수리 교육 또한 제공했다. 사는 동안 마주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법을 같은 여성에게 배울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를 다 읽고 컴퓨터를 켜는 순간, 공교롭게도 컴퓨터에서 삐삐삐삐 소리가 네 번 나더니 모니터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예전에 경험했던 증상이라 동전 배터리를 갈고 램을 빼서 금속 부분을 지우개로 지운 후 다시 장착했더니 문제가 해결됐다. 기계 내부를 들여다보고 직접 만지는 일은 경험이 없으면 아무래도 두렵다. 하지만, 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떠올린다. 아무것도 모를 때, 대뜸 메인보드를 갈아야 한다고 말했던 남성 컴퓨터 수리 기사들을. 그건 정말 메인보드를 갈아야 해결되는 문제였을까? 오랜만에 열어본 본체 내부는 단순했다. 이것저것 맞는 자리에 끼워서 조립한 기계 하나. 다른 기계라고 다를까 싶다. 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힐 생각만 했지, 하드웨어를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컴퓨터 수리 분야도 여성 기술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만 했던 분야였는데... 음, 내가 한번 해볼까?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직종에서 더 많은 여성이 활동하는 날을 기대하며,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안형선 대표처럼 결국 여성들이 움직일 때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다정하고 용감한 발걸음에 수많은 여성이 함께하기를, 그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오래도록 이어지고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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