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이 시대의 새로운 신이자 흉기인 돈... 돈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돈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돈으로 끝맺을 수 있다. 그러나 흉기란 남의 살에 박혀 있는 순간을 제외하곤 언제든 나 역시 상처 입힐 수 있는 것. 태어날 때부터 쥐고 태어난 게 아닌 이상 영혼 정도는 팔아넘겨야 간신히 손잡이를 쥘 수 있는 법이다.”피가 튀는 하드보일드 누아르에 귀여움과 다정함이 스며들 수 있을까? 해피 스마일 베어가 손도끼로 변태 살인마의 종아리를 찍을 때,해피 스마일 베어가 어깨에 올라타며 '할 수 있어!"라고 외칠 때,해피 스마일 베어가 소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돈뭉치를 공중에 뿌릴 때, 그것은 가능해진다.<테디베어는 죽지 않아>에서 펼쳐지는 잔인함의 수위는 꽤 높다. 그럼에도 잔인한 장면들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 자초한 처벌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비열한 범죄의 공간에서 귀여운 곰 인형과 함께 도끼와 총, 과거의 악행이 남긴 피 웅덩이를 뒤로 하고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씨더뷰파크 야무'로 향하다 보면 어느새 원혼이 들끓는 오컬트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의 어두운 문제를 화영과 도하, 두 청소년을 중심으로 설득력 있게 엮어내며 현실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인과응보를 '피 튀기는 정화'로 이루어내는 세계. 그 속에서 두 주인공의 선함과 순수함은 완충재처럼 충격을 흡수하며 뒤틀리지 않는 결말을 약속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풋풋한 결말을 읽고도 불 꺼진 방 안의 어둠을 응시할 때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은 왜일까.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대참사와 건물 잔해에 섞여 난지도에 버려진 유해들, 그리고 사고가 난 자리에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