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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2부 :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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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류츠신의 『삼체』는 아름다운 문장인 동시에 기막힌 스토리 그 자체다. 이 책은 대부분의 독자가 지닌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를 품고 있으면서, 인간 정서에 깊이 와 닿는 글을 선보이기도 한다. 좋은 책을 깊게 파고들며 읽을 줄 아는 독자일수록 이 책의 매력을 파내고 또 파낼 수 있겠다. 2권에서는 지구 문명보다 훨씬 막강한 위력을 가진 삼체 문명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인류는 멸종되지 않고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대비를 한다. 삼체가 지구의 인류와 타협을 할지 태양계에 진입해서 바로 공격을 시작할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이미 지구에 사는 인류를 '벌레'로 지칭하며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UN본부에서는 새롭게 '면벽자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면벽자는 삼체에 대항하여 전 인류를 구원할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자를 말한다. 삼체 문명이 보낸 양성자인 '지자(知子)'도 그 계획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삼체 문명은 과학과 기술이 말도 못하게 뛰어나지만 그에 비해서 감성적인 부분은 생존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거의 말살하다시피 한다. 그들에게는 사랑이나 정(情)이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삼체인은 개인이 하는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그대로 노출이 되기 때문에 기만이나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인간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리뷰에서 이 책의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줄줄 읊기만 해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로 이야기가 신기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이가 과학적 지식이 높은가, 낮은가, 하는 점은 이 책을 읽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면벽자로 선발된 네 명의 인물 중에 핵심 인물로 남을 '그'가 어떤 지혜로써 삼체에 맞서는지 알게 되는 순간 독자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삼체의 함대와 벌일 최후의 전쟁에 대비하면서 오랜 세월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그 경로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는 일도 참으로 즐겁다. 


  『삼체』를 읽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과학 기술이 더 많이 앞섰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체가 보낸 탐측기(함대가 아니라 고작 탐측기가 말이다)인 '물방울'이 지구의 연합 함대를 소수만 남기고 모조리 파괴했을 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닌데도 글을 읽는 동안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지구인의 앞날은 그야말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그 모든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 탄식조차 쉽사리 입에서 튀어나올 리가 없다. 


  어서 빨리 3권도 읽고 싶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아름다운 문장이 또 나를 맞이해 줄 것만 같다. 1권에 이어서 2권을 읽는 동안에도 지루함이나 책에 대한 실망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좋은 책을 더욱 깊게 파고 들며 읽을 줄 아는 힘이 내게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티끌 만큼의 희망이 있다면 그건 결코 완전한 끝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안타깝게 희생 당한 생명들은 끝을 맛봐야 했지만 인류는 계속 생존과 문명의 발전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삼체』속 지구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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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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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넘어서 경외심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예원제'는 지식 수준이 높은 과학자이면서도 삼체 세계를 종교적으로 받아들인 구원파의 일원이었다. 삼체 문명은 지구에서 4광년 떨어져 있는데 거리로 따지면 광활한 우주에서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지구인의 시간으로는 엄청난 거리겠지만. 삼체인은 지구인보다 높은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자연 환경은 지구보다 훨씬 더 혹독하다. 그들에겐 태양이 세 개가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그들이 겪어야 할 가혹한 환경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알 수 없는, 오래도록 알기 힘든 신비로운 영역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면 사람은 얼마든지 같은 사람에게서도 '신(神)'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삼체 문명 뿐만이 아니라 아직 사람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삼체 문명에 의해 지구인이 멸종을 당하지 않고 전쟁에서 이긴다면, 또한 아주 긴 시간 동안 지구가 멸망하는 대재앙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지식 수준도 점차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발전해야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고 신의 영역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될까. 잘 모르겠다, 가 아니라 전혀 모르겠다. 과학인들과 지식 수준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은 짐작을 하고 있을까.

삼체 문명의 '지자(知子) 프로젝트'는 2차원으로 펼쳐진 양성자 두 개를 지구에 보내서 효과적으로 지구인을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양성자는 중성자와 함께 모여 원자핵을 이루며 원자핵은 전자 구름이 둘러싸고 있다. 이것을 통틀어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로 부른다. 양성자와 같은 미시 입자를 9차원으로 보면 그것은 우주 전체와 맞먹을 정도의 수량과 복잡성을 가진다고 한다. 거시 세계와 마찬가지로 미시 세계도 경이로움 자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우리 눈에 보이는 순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게 된다. 이 내용은 sf소설의 일부분이면서도 참으로 시(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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