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넘어서 경외심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예원제'는 지식 수준이 높은 과학자이면서도 삼체 세계를 종교적으로 받아들인 구원파의 일원이었다. 삼체 문명은 지구에서 4광년 떨어져 있는데 거리로 따지면 광활한 우주에서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지구인의 시간으로는 엄청난 거리겠지만. 삼체인은 지구인보다 높은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자연 환경은 지구보다 훨씬 더 혹독하다. 그들에겐 태양이 세 개가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그들이 겪어야 할 가혹한 환경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알 수 없는, 오래도록 알기 힘든 신비로운 영역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면 사람은 얼마든지 같은 사람에게서도 '신(神)'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삼체 문명 뿐만이 아니라 아직 사람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삼체 문명에 의해 지구인이 멸종을 당하지 않고 전쟁에서 이긴다면, 또한 아주 긴 시간 동안 지구가 멸망하는 대재앙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지식 수준도 점차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발전해야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고 신의 영역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될까. 잘 모르겠다, 가 아니라 전혀 모르겠다. 과학인들과 지식 수준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은 짐작을 하고 있을까.

삼체 문명의 '지자(知子) 프로젝트'는 2차원으로 펼쳐진 양성자 두 개를 지구에 보내서 효과적으로 지구인을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양성자는 중성자와 함께 모여 원자핵을 이루며 원자핵은 전자 구름이 둘러싸고 있다. 이것을 통틀어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로 부른다. 양성자와 같은 미시 입자를 9차원으로 보면 그것은 우주 전체와 맞먹을 정도의 수량과 복잡성을 가진다고 한다. 거시 세계와 마찬가지로 미시 세계도 경이로움 자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우리 눈에 보이는 순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게 된다. 이 내용은 sf소설의 일부분이면서도 참으로 시(詩)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