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딱 받고 들었던 생각은 표지와 제목하고 찰떡이구나! 하는 1차원적인 생각이었다. 종이책 출판사에서 일했던 시절의 가졌던 직업병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두께 괜찮네, 판형도 좋다, 내지 디자인도 잘하셨네. 그곳에서 딱히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마냥 불행했다고 여기던 순간이 소중하게 남았다는 깨닫곤 한다.
난 그 세월을 후회했다. 배운 것 없이 미운 말만 잔뜩 들었고 자존감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그 사람들의 말은 파도처럼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할 수 있는 건 부서진 마음을 부여잡고 새로운 출발선을 찾는 것이었다.
약 8개월 정도 되는 세월이 쓸모없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아무리 순간들이 모여 길이 된다고 하지만 겨우 그딴 시간들이 길이 될 리 없다고도 여겼던 것도 같다. 뭔가를 얻으러 들어갔는데, 나올 때 손안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건 내 노력을 부끄럽다 매도하던 매섭고 천박한 말이었다. 그 상처는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깊게 내 마음에 박혔다.
아예 다른 바닥으로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평생 글이 아닌 곳을 가겠다고 진심으로 다짐했던 적은 없었다. 헤매다가 비슷한 길로 접어 들었고 그때 1년도 안 되는 경력이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도 입에 담기도 싫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신입이 감당하기에 벅찬 업무를 담당했지만, 결국 나한테 도움이 되었다. 현재 나는 3년 차 웹소설 PD가 되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경력직 편집자'가 된 것이다.
책 리뷰에서 내 얘기를 길게 얘기한 것은 책과 내 삶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의 여러 순간을 담고 있는데, 이는 모두 하나의 말로 이어지는 듯했다. '삶의 순간은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