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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사정상 조금은 늦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이 분만큼 우리나라의 옛 그림에 대해서 정겹고 상세하게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 사람이 흔치 않았으니까.

 이 책은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필했던 글들을 모아서 1주년을 기리면서 발간한 책이다. 1권에 비하면 물론 절반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오주석 선생이 남겨놓은 소중한,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글들이라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간행사를 쓴 강우방 선생의 글에서도 정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오지만, 역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 다 읽지 못했다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앞으로 오주석 선생이 쓴 글을 더 이상 읽어볼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아쉬움과 애석함 때문이리라.

 2003년도에 나온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솔)과 다루는 작품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내용이 중첩되지나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역시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러한 점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주역의 내용을 토대로 해서 풀어낸 글에서 충분히 해소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주역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선생이 생각한 바대로 따라가면서 이해를 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새삼 동양 고전에 대해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그만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관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서적마저 여지껏 제대로 읽지도, 소화하지도 않았는데 거기에서 깊이있게, 그리고 파생되어 나오는 각종 의미들을 어떻게 잡아내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민영익의 "노근묵란도"를 해설한 글 다음에 곁들여져 있는 '조선과 이조'라는 제목을 단 글의 경우에는 아마 선생의 우리문화에 대한 생각이 집약적으로 담겨있으면서도, 현 세태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 담겨있단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라는 국호를 놓아두고 李朝라는 말을 아무런 생각없이 쓰는 세태에 대해서, 그리고 사대주의를 글자 자구 가 풍기는 어감에만 함몰되어 잘못 이해하고 있음에 대해서 오주석 선생은 우리 선조들의 갈고 닦아서 남겨놓은 옛 문화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무지의 소산(개인적으로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기에 이런 말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을 사용)임을 밝히고 있다. 예전에 비교해 보자면 중국의 문화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화로 영향을 받는 기축이 달라지긴 했지만 오히려 현재가 좀더 몰지각적으로 서구 문화에 종속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 선생은 분명 반문하고 있다. 분명 새겨들어야 할 소리일 것이다.

 책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유고를 읽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특별히 더 언급할 내용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오주석 선생의 유고를 추스려서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해 낸 유고 간행위원회가 선생과 관련된 글을 조금이라도 더 묶어서 낼 수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선생이 남겨놓은 글 자체만을 묶어서 발간하는 게 매듭을 짓는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책의 일관성을 지켜낸다는 측면에서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괜히 내용을 더 담는다고 그 분야를 전공한 다른 사람들의 글까지 사족으로 달아버리면 원 저자가 쓴 글의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은, 오주석 선생을 알고 있는 지인이 그를 추억하며 기리는 글이라도 한 편 더 담아서 책의 말미에 담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 때문에 비롯되었단 생각이 든다. 이는 아마도 당대총서류의 맨 뒤에 수기 형식으로 저자의 지적 역정이 담긴 '연보'라든지, 정약용의 '자찬묘지명'등을 떠올리면서 그것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하다. 어쨌든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겨놓아야 하는 것이고, 그래도 오주석 선생의 남은 글들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큰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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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 그 황홀한 죽음의 기록
마틴 부스 지음, 오희섭 옮김 / 수막새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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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편을 비롯한 헤로인, 모르핀, 헤시시 등 각종 마약이 동, 서양 인류의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지, 중독과 자본에 대한 욕망이 얽힌 인간사를 통시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평이한 문체이면서도 동서양의 역사를 두루 아우르고 있고, 현재 각 지역에서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마약문제에 대해서까지도 거시적으로 잘 엮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아편을 비롯한 각종 마약의 확산 및 중독문제에 있어서 제국주의 시기 서양 각 국가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편을 비롯한 각종 마약이 세계의 여러 경제적 빈곤국의 생계와 밀착되면서 단순하게 선진국들의 요구대로 양귀비라든지 대마 등 마약원료의 재배를 금지하기가 쉽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생계문제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까지 내려가버렸을 때 그것을 대체할만한 무엇인가를 대안으로써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그만두라고만도 할 수 없고, 결코 그렇게 되지도 않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경제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오염 문제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후진국 간의 입장차가 큰 것과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선진국이 후진국에 대해서 마냥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저자도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역시나 현실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으로써 그 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도 녹록치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예리하게 지적할 수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마약을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존재할 수 없고 다만 그 정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결말 부분에서 뭔가 확실하게 끝맺음이 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아마 그만큼 마약의 문제라는 게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라는 소리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각종 마약이 인류의 역사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개괄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에서 한 번 정도 정독해 보면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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