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연대와 일본제국주의
한상일 지음 / 오름 / 2002년 3월
품절


일본이 그 세력을 대륙으로 팽창하여 아시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후쿠자와 개인이나 팽창주의자들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지배계급에 공통된 것으로서 근대 일본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하고 있는 불변의 대원칙이었다. 차이가 있었다면 팽창주의자는 공개적으로 아시아와의 단절과 침략정책을 지지했고, 연대주의자는 대륙팽창정책을 아시아와의 긴밀한 연대라는 미명으로 위장했고, 정책결정자는 이 두 주장을 교묘히 조화하여 대륙정책을 이끌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상반되는 자유주의적 팽창주의자와 연대주의자가 같은 목표를 지향한 동질성은, 일본 근대사에서 팽창주의자와 연대주의자의 구별과 자유민권론자와 국권론자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특성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므로 연대주의에 속하든 팽창주의에 속하든, 또는 '속아'(屬亞)를 주장하든 '탈아(脫亞)'를 주장하든 그들이 공유한 신념과 추구한 목표는 일본의 만세독립과 번영을 위하여 대륙으로 영토를 뻗어야 한다는 소에지마의 침략주의와, 아시아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도쿠토미의 동아시아 맹주론의 현실화에 있었다.-46쪽

연대주의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그 기초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서력동점으로 조성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아시아는 긴밀한 제휴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시아 연대주의의 대의명분이다. 동종동문(同種同門) 또는 운명공동체론은 이와 같은 대의명분을 더욱 효과적으로 꾸미는 작용을 했다. 그러나 연대사상의 대의명분의 심층에 깔려있는 아시아관은 지배자-피지배자, 지도자-추종자 관계의 의식이었고, 서양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아시아 대륙을 지배, 통치해야 한다는 데 귀착했다. 아시아 연대주의는 이와 같은 자기 중심적 아시아관의 실현을 목표로 하여 나타났고 발전됐다. 둘째는 초기 연대주의자의 사상에는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요소가 있었으나, 대륙의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빛깔은 점차로 바래졌다. 셋째는 연대주의와 자유주의적 팽창주의는 표면적으로는 그 이론을 달리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었다. 넷째는 연대주의자들과 팽창주의자들은 일본은 반드시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끝으로 일본의 독립보전과 아시아 지배는 연대주의의 '궁극의 목표'이고, 따라서 연대주의는 이 목적을 이룩하고 아시아를 향한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주의를 숨기고 정당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46 ~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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