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후예들 - 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으로 읽는 한반도 백년사
정범준 지음 / 황소자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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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준 씨가 쓴 <제국의 후예들>은 고종의 직계 후손들(영친왕 이은, 의친왕 이강, 덕혜옹주, 이건, 이구 등)이 대한제국이 몰락해 버린 이후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서 인물별로 통시대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족들이 실상은 어떠한 삶을 살아갔는가에 대해서 저자는 다른 나라의 왕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에 있었던 왕실이나 왕족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지도 못한 채 잠깐의 화제거리로만 등장하고 마는 현실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삼아 그가 나름대로 조사한 내용과 인터뷰 내용 등을 기반으로 그네들의 삶에 대해서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후예들이 과연 왕조가 몰락한 이후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서 인물사적으로 접근해서 참고해서 보기에는 나름대로 괜찮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의 이행 그리고 그 이후에 근대화가 착실하게 진행되어 실패하지 않고, 고종의 구상대로 입헌군주제의 틀이 뿌리를 내렸다면 왕족으로서 그네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방식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에 그네들은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더 무거운 짐을 얹고 일생을 살아야 했음을 저자는 조사한 바를 토대로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몰락한 왕조의 왕족들의 일생은 분명 우리네 근대의 슬픈 자화상 중 하나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읽는 내내 씁쓰름한 감을 지울 수 없었던 것 같다. 덧붙여 왕실이나 왕족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 데에는 한국의 근대 역사에 있어서 입헌군주정의 논의가 영향력을 상실하고 아예 자취를 감추게 것과 동시에 민주주의나 공화정 혹은 사회주의 등으로 정체(政體)에 대한 관심을 돌리게 된 것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한 국가의 몰락에 대해서 어찌 되었든 간에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군주 및 그의 측근들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반영된 것으로도, 왕족들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한 명의 시민 혹은 국민으로 인식하게 되는 가운데 근대 사회의 사회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바뀌어 버린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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