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 - 그 황홀한 죽음의 기록
마틴 부스 지음, 오희섭 옮김 / 수막새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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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편을 비롯한 헤로인, 모르핀, 헤시시 등 각종 마약이 동, 서양 인류의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지, 중독과 자본에 대한 욕망이 얽힌 인간사를 통시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평이한 문체이면서도 동서양의 역사를 두루 아우르고 있고, 현재 각 지역에서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마약문제에 대해서까지도 거시적으로 잘 엮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아편을 비롯한 각종 마약의 확산 및 중독문제에 있어서 제국주의 시기 서양 각 국가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편을 비롯한 각종 마약이 세계의 여러 경제적 빈곤국의 생계와 밀착되면서 단순하게 선진국들의 요구대로 양귀비라든지 대마 등 마약원료의 재배를 금지하기가 쉽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생계문제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까지 내려가버렸을 때 그것을 대체할만한 무엇인가를 대안으로써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그만두라고만도 할 수 없고, 결코 그렇게 되지도 않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경제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오염 문제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후진국 간의 입장차가 큰 것과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선진국이 후진국에 대해서 마냥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저자도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역시나 현실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으로써 그 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도 녹록치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예리하게 지적할 수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마약을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존재할 수 없고 다만 그 정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결말 부분에서 뭔가 확실하게 끝맺음이 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아마 그만큼 마약의 문제라는 게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라는 소리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각종 마약이 인류의 역사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개괄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에서 한 번 정도 정독해 보면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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