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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평점 :
책의 제목만 보고도 아, 이 책은 '집'과 '공간'에 관련된 이야기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었다.
재밌다길래 기대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책을 읽고 울어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던가? ㅠㅠ
작가님이 이제까지 살아온 집들을 회상하며 적어내려간 글인데 아픔도, 감동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ㅡ동생의 명품 가방을 들고나갔다가 잃어버려 울면서 돌아온 이야기(휴지통엔 그녀의 낡은 지갑만이 버려져있었다고 한다) ㅡ도 술술 읽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그녀의 필력도 문체도 다 마음에 들었다.
멋있게 느껴졌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정말 공감이 되어 고개를 주억거렸는데 오히려 눈물은 이상한 곳에서 터졌다.
작가님의 신혼집을 아빠가 인테리어 해주는 장면에서 부녀끼리 투닥투닥 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그런 모습...
거기서 눈물이 핑 돌더니(나는 아빠와 친하지도 않고 서로 대면 대면한 사이인데 말이다) 반려견 피피가 세상을 떠나고 공황장애가 왔을 때 그 슬픔이 내게까지 전해져와서 펑펑 울고 말았다.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내가 책 읽으면서 어느새 오열하고 있으니까 내 동생이 나가서 울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도 '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것도 글을 쓰는데 소재가 될 수 있구나, 싶어서 내가 살아온 그리고 지나온 공간들을 추억해보았다.
어릴 땐 집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없었다.
집은 그저 '나가고 싶은 공간'이었다. 자유로울 수 없는 곳.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것도 싫었고, 엄마만 집안일에 고생하시는 모습도 싫었고..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기숙사 생활을 했고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취업도 졸업 전에 일찍 했다.
아는 언니와 자취하는 것을 시작으로 월세만 세네번 전전한 것 같다.
중간에 동생이랑도 같이 살아봤지만 일주일에 네 번은 대판 싸우기 일쑤였고 동생 명의로 된 집이어서 나가라고 윽박지를 땐 서러워서 내가 집을 구한다!!라는 마음으로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집도 '돌봐야 하는 대상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를 위해 꽃도 사보고 한 끼를 먹어도 대접한다는 느낌으로 정갈한 플레이팅을 하기도 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내 나름대로 꾸며보기 시작했다.
월세라서 거창한 인테리어는 못하지만 최소한 오고 싶은 집, 쉴 수 있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금 집은,,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묘 젤리와 오곡이가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작가님의 아빠는 집을 의인화하여 생각한다고 한다.
새삼 나도 집에 오자마자 한숨부터 쉬지 말고 좁다고 어수선하다고 불평불만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반성도 되었다 ㅠ_ㅠ
책을 다읽고 작가님의 다른 책을 주문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빨리 읽고 리뷰하고 싶다 :)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삶의 배경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략) 나는 한 존재를, 한 시절을 잃고 이 집에 왔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슬픔과 상실을 안고 시작되었지만 그조차 이 공간에서 만들어갈 나의 일부라는 것을 안다. 이제는 여기가 내 삶의 새로운 배경이 될 것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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