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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콜센터'라는 세글자만 보아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하청업체 콜센터에 다녔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다니던 회사에서 전화 상담 업무를 했었고 매일 같이 몇 십통 혹은 어쩔땐 100통 가까이 넘는 전화를 소화하면서 힘들었지만ㅡ어찌됬든 이제는 나의 일이 아닌, 지나가버린 과거를 떠올렸다
한마디로 남일 같지않아서, 라는 이유로 책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님은 인류학 교수인데 왜 하필 콜센터를 연구하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으셨다고.
의사로서 흡연이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이유를 밝혀내려 했고, 보건소 등을 통해 콜센터 여성 상담사 중에 흡연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왜 상담사들은 담배를 많이 피울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상담사와 흡연의 관계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부끄럽게도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였다)
사실 일을 하면서 나를 포함한 우리 상담원들 중에선 아무도 흡연자가 없었고 아니, 팀원들 뿐만 아니라 애초에 내 주변에 흡연자가 많이 없다
아무튼 팀장님도 애초에 사람을 뽑을 때 '흡연자'라고 하면 흡연을 하는 동안 비흡연자들이 전화를 받아야하니 그런 문제를 염두해두고 아예 흡연자는 배제를 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여성이 흡연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담배는 몸을 해치는 무시무시한 존재고, 돈 낭비일 뿐이라고 배웠다
특히나 제일 많이 들었던 건 "애를 낳을 때, 기형아가 나올 수 있다."
임신 때문이라도 절대 피우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선 조금이나마 상담원들이 흡연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콜센터 연구를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또한 콜센터의 인식과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다들 처음 입사할 때는 욕을 못했는데 이제는 입도 더러워지고 애들이 예민해지고 서로 물고 뜯고 그런다. 생활에서도 화병도 나고 (...)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집에서 욕이 나온다. 시발, 시발, 막 그런다. 그러면 ‘어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자괴감이 생긴다. ‘나 원래 안그랬는데 우울하다‘ 이러면서 자존감이 떨어진다. 입이 더러워지고 성격이 제어 안되는 것에 대해 자존감이 떨어진다. 마치 미개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든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다른 일이 없다. 그래서 더 자괴감이 든다." - P130
2020년 7월 콜센터 조직화 워크숍 때 천안 지역의 공공기관 콜센터 지회장 한명은 자신이 일반 상담사와 면담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상담사는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다 신경정신과 진료 후 입원까지 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녀는 결국 노조를 탈퇴했다 지회장이 소개하고자 한 것은 바로 탈퇴 사유였다 그 상담사는 "이 모든 상황이 내 잘못이니 내가 감수해야죠" 라는 생각을 했다 악성 민원을 받은 것도, 그래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은 것도 모두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 P224
콜센터 상담사라는 직업의 위치는 한국 사회에서 경력 및 학력이 부족한 여성들이 취직하는 곳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내가 다수의 현장연구에서 마주한 상담사들은 콜센터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으로 생각했고 언제나 이직을 원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떠날 수도 없는 처지가 많았다 결국 이 같은 위치 감각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쉽게 ‘을‘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상담사가 저학력에 저임금, 그리고 대게 여성이라는 현실을 공유하는 대다수의 한국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갑‘의 자리에 위치 지우기 쉽다 실제로 상담사들은 "나는 대학교수다. 스카이. 너는 학력이 낮아서 여기서 일하지?"와 같은 발언을 듣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갑질 고객이 되기 위한 발화점이 낮은셈이고, 상담사를 그렇게 대해도 되는 위치의 여성 노동자라고 받아들이기 쉬운 현실이다 한국에서 많은 여성 상담사들은 ‘감정 쓰레기통‘으로서 감정이 온전히 탈진되면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버리는 값싼 ‘일회용 베터리‘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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