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화장실에서 낯선 동물과 마주친다면얼마나 신날까?어릴때 우리집 화장실도 집 밖에 있어서밤에 화장실 가려면 큰 맘 먹고 나서야했다.가는 동안 귀신이라도 만날까봐 얼마나 마음졸였는 지 모른다.컴컴한 어둠속에서 부스럭 소리라도 나면 간이 콩알만큼 오그라든다.그때 한번만이라도 커다란 토끼를 만났다면 어땠을 까?퐁퐁, 포봉퐁퐁!토끼 똥 떨어지는 소리,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ㅎㅎ토끼는 낮에 뭘 먹었을 까?떡볶이 대신 매운 열무잎을 한가득 먹었을까? 재미난 상상이 자꾸 떠오른다.ㅋㅋ하얀 눈 내리는 밤, 설아는 토끼 덕분에 밤 무서운 화장실도 용감하게 다녀온다.하룻밤새 마음이 쑥 커버린 설아가 기특하고 대견하다.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설아와 포근한 그림들, 한장 한장 넘기는 동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어릴 적 겁 많던 아이는 커서도 마음 한 구석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그 두려움을 멋진 환상 이야기로 풀어낸 재미난 그림책이었다.
12살 진이와 동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징용이 되어 일본으로 끌려가고,일본 탄광으로 보내어진 진이는 몇 해동안 죽을 고생을 하고서야 돌아온다.누나 또한 몇 달 뒤 일본으로 끌려가고.. 일본군에게 몸쓸짓을 당한 진이 누나는 영혼을 잃은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예전의 참나리 같던 누나는 점점 시들어가더니 얼마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뒤이어 일어난 6.25전쟁에서 형은 한쪽 팔을 잃은 채 돌아오고..나라가 힘을 잃으면 해맑아야 할 아이들의 삶도 서글퍼진다.읽을 수록 마음이 아린다.그래도 온갖 고난을 헤치고, 남은 가족들은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 역사다.거친 바위틈 사이로 싹 틔우고, 꽃 피운 백도라지처럼.지금의 코리아가 전 세계에 찬란한 위상을 떨치는 건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진이네 가족같은 숭고한 분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잊어서는 안 될 그 분들의 고마움을 일깨워준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