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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 살기 위해서 썼다. 쓰기 위해서 살았다.
작은물방울(김수연) 지음 / 비버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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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마음을 문장으로 천천히 건너는 책,
읽는 동안 내 마음도 천천히 회복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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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나에게 물어온 것들 - 시간의 틈에서 건져 올린 집, 자연, 삶
장은진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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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또 오래 나의 집을 둘러보고 있던 중이었다. 저자와 비슷하게 나도 단독주택을 살면서 삶이 많이 바뀌었다. 찬찬히 집 안에 있는 물건들과 집,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찰라에 이 책을 만나게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장은진 작가의 깊은 생각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하며 읽어나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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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사는 집이 있다. 돌아갈 곳이 있는 것, 내 자리가 마련되어있는 것 만큼 포근한 건 없다. 그 공간이 내가 선택한 곳이고, 나에게 딱 맞는 공간일 때는 만족도가 훨씬 올라갈 것이다. 내가 신혼 때에,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집은 단지 잠만 자고 나오는 곳이었다. 마치 기숙사를 사용하는 것처럼. 안락한 보금자리의 느낌은 아니었다. 주택으로 이사오고나서 비로소 보금자리를 찾았다. 각 공간에 애를 쓰며 나와 신랑 원하는 물건들로 채웠고, 그곳에서 지내는게 너무도 행복했다. 저자는 기윤재를 일년 반동안 지은 후 살게 되었다. 공간, 공간 마다 얼마나 고심하며 설계했는지, 글을 읽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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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재란 기발함과 넉넉함을 담은 집 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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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재는 집주인의 정신이 흐르는 공간이다. 집은 외형이 다가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정신이 중요하기에.

기윤재 내에는 정말 기발한 공간이 많았다. 우선 거실이 반층 위에 있는 것도 신기했고, 미끄럼틀이 있어서 동심을 자극하는 것도 재미났다. 스마트기기를 들고가지 못하는 그물망 또한 맘껏 놀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향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고, 그 삶을 살아갈 수록 불안보다는 꽉찬 행복감과 삶의 철학에 대한 확신이 드는 듯 보인다. 어떤 분이 재테크를 위해서는 아파트에 사는게 낫다고 하지만, 저자는 삶의 다양함과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한다. 단독주택 기윤재! 그리고 그 삶을 책으로 나오게 하였다. 저자의 이 선택들이 내가 가끔씩 들었던 불안감, 다른 이들과 반대방향으로 향해서 들었던 불안감을 해소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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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는 작은 기윤재이다. 작은 기윤재는 기윤재와 떨어져 독립된 별채이다. 차를 내려 마시는 곳인데, 외적인 조건에 압도되지 않고, 내적인 질서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을 경험하는 곳이라고 한다. 정말 그러할 것 같다. 조용한 작은 기윤재에서 천천히 차를 마시면, 세상의 구정물 같은게 깨끗이 씻겨질 것 같다. 빨리 빨리만 생각했던 나의 틀을 깨었다. 간단히 티백에 차를 마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는데, 차를 내려 마시는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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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구절이 인상깊에서 책에 밑줄을 많이 그었지만, 그중 가장 나의 심장을 내려친 건 침대가 죽음의 연습이라고 부제의 글이었다. 잠은 내일 활동하기 위한 잠시의 쉼일 뿐이라고 생각했지, 죽음의 연습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삶이 더 간절하고, 감사해진다. 저자는 침대에서 철학을 한다. 삶의 거울이 될 죽음을 헤집다가 잠에 빠져든다고했다. 다음날 해가 눈부셔 눈을 떴을 때, 감사히 삶을 살아가야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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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잠시 보고있는 컴퓨터 화면이나 핸드폰을 내려두고 주변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어떤 공간안에 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나만의 집이란 공간에서 나와 닮은 어떤 점이 있는지 찾아보자. 혹시 생각의 한계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지금의 집 뿐 아니라 나의 미래의 집은 어땠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팡팡 솟아오르면서, 나만의 보금자리를 떠올릴 수 있는 힌트를 진하게 찾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철학을 한다. 삶의 거울이 될 죽음을 헤집다가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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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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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그동안 소문은 많이 들었다. 또 읽고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그러던 중 알라딘에서 달려라!책 이벤트를 했고, 이벤트에 1차 독자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담담하게 쓰여진 이 책은 정말 심플하게 사실들로 사료되는 이야기로 쓰여있다.
왜 사실들이라고 생각이 드냐면, "나"도 겪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의 처음은 그냥 일반적으로 잘 살고 있는 김지영씨가 '빙의'로 예상되는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장모님의 목소리와 제스쳐를 따라하고, 남편과 김지영씨 동아리 여자인 친구 차승연씨의 목소리와 행동이 묻어나왔다.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일은 명절에 시댁인 부산에 내려가서 터지고 말았다. 그곳에서 장모님의 제스쳐로 말하며 "댁의 딸이 집에 갔으면 우리 딸도 집에 보내야지." 라고 말했다. 모두 당황한 기색이었고 남편은 재빨리 김지영씨를 데리고 차로 갔다.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면서 시간은 1982년부터 차례로 2016년까지의 일들을 나열한다.

말그대로 나열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냥 써내려갔다. 우리 시대의 여성이 겪었을 만한 일들로...
어렸을 때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안고 자란 세대다. 뭐 김지영씨의 엄마가 가장 희생하고 고생한 여성의 세대지만, 우리의 세대의 여성들도 못지 않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대학생 때 예쁘게 입으려고 치마를 입었다가 성추행같은 걸 당해서 말하면 여자를 탓했다. 너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치마는 입지말라고. 사실 우리 아빠가 그러신다. 치마입지 말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다니라고.

소설을 읽을 때는 속이 시원했다. 왜 속이 시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느꼈던 불합리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걸 읽는 것 만으로도 속이 시원함을 느꼈다.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나자.
갑자기 왈칵 울음이 나왔다.
밖이라 눈가에 촉촉한 정도의 눈물만 글썽였지만.
정말 왈칵하고 감정이 폭발했다.

어디엔가 있을 김지영이란 말에
여기 하나 추가요. 라고 마음속으로 시인하고 말았다. 

나는 85년생 김수연이다.
외동딸로 자라는 내내 생각했다.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그런 생각은 11살 어린 남자동생이 태어나자 없어졌다.
아마 외동딸로 자라며 "달"이란 것 "아들의 부재"에 대한 할아버지와 친척들의 반응을 나도 모르게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한 거는 전혀 없는데 딸이란 이유 하나로 
우리집에 아들이 없다는게 나에게 큰 컴플렉스로 다가왔다.

아들이 태어나서인지 집안의 형편이 좋아져서 인지
아빠는 많이 가정적이 되셨고, 부쩍 나를 뺀 가족여행이 잦아졌다. 물론 나는 수험생이어서 빠진 모임들이었지만.
한번은 호주로 나를 뺀 가족여행을 가셨는데, 나에게 통보만 하셨다.
여행을 호주로 다녀온다고.
너무 짜증나서 "가족"기리 여행 잘 다녀와요. 라고 말했는데,
그 때 초등학생인 동생이 그 말의 뉘앙스를 알아듣고
누나도 가족이야 하며 안아주었다.

애착관계까 동생과 생겨서
동생이 좋았지만,
가끔 동생이 미울만한 상황이 생길 때도 있었다.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겪었던 결핍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동생이 생기자 많이 사라졌다.
남자가 되고싶었던 내마음의 결핍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나름은 좋은 시절을 살게 되었다.
여자여서 컴플렉스를 느끼는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결혼을 해서 시댁 외할머니댁을 찾았을 때 또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어떻게 방에 나와 시외할머니 둘만 남게 되었다.
시외할머니께서
"아가 따뜻한 이곳에 와서 앉아"
라고 하셨다.
괜찮았지만 어른 말씀을 들으려고 자리를 옮겨 앉자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아들 낳아야지."
순간 묘한 기분이 감돌았다. 정말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뒤 말씀드렸다.
"요샌 딸 더 선호해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그럼 손 끊기잖어"라 하셨다.

속으로 호주제가 폐찌되어서 상관없다는 얘기가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너무 경우 없어 보일까봐 꺼내지는 못했다.
사실 나 조차도 남편성을 따르는 거에 큰 의의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묘했다. 애기 낳는 수단으로 전락한 기분도 들었다.
모두 은연중에 남자가 더 낫다는 남아선호사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러며 어린시절 상처가 조금은 떠올랐던 것 같다.

이 세상의 많은 김지영들에게 위로를
김지영의 오빠, 남동생, 남편에게 이해를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책을 신랑에게 제일 먼저 전달했다.
신랑도 82년생 김지영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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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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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다.
또한 처음으로 글쓰기 수업을 접했던 서평 글쓰기의 선생님이신임정섭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관심이 많이 갔다. 드디에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책을 받아보았다. 받아보자 가장 눈에 띈것은 지우개였다. 그 지우개 밑에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라는 글이 써있었다. 글을 쓴다고 하면 연필을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란 책에서는 쓰는 연필 대신 지우는 지우개를 선택했다. 왜 일까?
바로 더 첨가하는 것 대신 빼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다. 유치한 문장에서 어른의 문장으로 가기 위해선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표지에 요약되어 있었다.
 
머리말에서는 어른이 왜 아이처럼 글을 쓰는지에 대한 물음과 글쓰기 교육의 부재가 어른답지 못한 글을 만든다는 일련의 답을 말하고 있다. 또한 어른에게는 문작과 문격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우리 주변에서 꼭 필요한 어른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 권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총 글쓰기 훈련 4단계로 나뉘어 있다.
글쓰기 훈련 1단계는 오답노트 이다. 7유형의 실패한 글들을 보고, 고쳐봄으로써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글쓰기 훈련 2단계는 이론 학습으로 태도 학습과 기술 학습으로 나뉜다. 태도 학습에서는 용기, 끈기, 간결, 단정, 명쾌, 공평, 자신, 책임, 소박, 품위의 9개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기술 학습에서는 장르를 선택하여 목표 설정, 포인트 찾아 핵심 적고 근거를 제시하고 퇴고 후 결말에 힘 싣기 까지 8단계의 요령으로 준비를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 글쓰기 훈련 3단계는 실전처럼 연습하지 이다. 구성연습과 장르 연습으로 나뉘는데, 구성 연습에서는 8걸음으로 개요부터 설득하기까지 하고 장르연습에서는 보고서 보도자료 이메일 등 9장르를 파악하여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 글쓰기 훈련 4단계는 글 잘 쓰는 어른에겐 특별한 습관이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 필사 등 글을 잘쓰기 위한 8가지 습관이 나와있다.
 
특히 글쓰기 훈련 3단계에 나와있는 장르연습이 인상적이었다. 기본 보고서, 공지문, 기안문, 설명문, 이메일, 보도자료, 현황 보고서, 문제 해결 보고서, 기획서등 실무에서 글쓰기를 접한 어른들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 나와있다. 이 부분만 봐도 임택트있게 의미 부여를 하여 간결하게 표한 할 수 있도록 풍부한 예시들이 나와 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각 장의 구성이 논리적이고, 단계마다 적절한 예시들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이 처한 글쓰기 상황에 맞춰 고쳐 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함을 강조하는 것이고, 또 다른 장점의 책의 구성이 굉장히 논리적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했다 시피 세련된 글이 유창한 외국어보다 낫다. 글쓰기는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의 글쓰기 세상에 입문해보는 건 어떨까?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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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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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혼불문학상 수사작인 칼과 혀. 검은 표지에 한 획 한 획 휙휙 쓴 글씨가 눈에 띄었다.
 
칼. 칼은 적을 겨누는데 쓰인다. 반면 음식을 만드는데 쓰인다.
혀. 혀는 말을 할 때 쓰이고, 음식을 맛볼 때 쓰인다.
표지 속 의미를 한번 되새기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칼과 혀의 주인공은 세 명이다.
전쟁을 두려워하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
그를 암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 첸.
조선인 여인 길순.
 
이 중 모리(야마다 오토조)는 실조인물이다. 마지막 관동군 사령관으로 역사에 기록된 그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 겁쟁이였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실화가 작가에게 소설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1945년 한중일 역사의 중대한 접점인 만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한중일 세 사람의 주인공이 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번갈아 가며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뀐다. 때론 첸의 시선으로 때론 모리의 시선으로 때론 길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어 몰입이 어려웠지만, 뒤로 갈수록 각 화자에 대한 이해가 되며 흥미 진진했고, 몰입할 수 있었다.
 
극 초반 요리사 첸은 모리의 암살계획에 실패하고 정체를 들키지 않은 채 적에게 잡히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건 “광둥 제일의 요리사”라는 걸 증명하는 내기를 하게 된다.
요리의 재료는 단 한가지 불. 요리를 다루는 단 한가지 도구 칼.
양념도 없고 기름을 쓸수도 없고 단 1분만에 요리를 완성해야한다.
여기서부터 소설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시작된다. 요리 만드는 행위 또한 요리를 먹는 행위를 통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슬아슬했다.
 
길순은 오빠의 명령으로 모리를 암살하려하고, 첸 또한 모리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니러니컬 하게 모리는 이 둘로부터 위안과 위협을 동시에 받는다. 물론 음식으로 위안을 받고, 또한 음식으로 위협을 받을 때도 있었다.
 
실제로 소설에서 미식가로 등장하는 모리는 음식을 먹을 때 만은 전쟁을 느낄 수 없다며, 음식에 집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주방장 첸을 죽이지 못하고 그의 음식을 먹는다.
 
실제 만주 밖의 살벌한 전쟁이 펼쳐지는 땅에서, 세 주인공이 서로를 겨누는 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부엌 안에서도 전쟁이 일어난다. 자신의 목숨을 건 요리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혀를 길들이려는 마음. 아이러니 하게, 첸의 요리는 모리를 살리는데 쓰인다.
 
모리는 끊임없이 어머니의 향기를 찾고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 그래서 미륵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전쟁의 패망의 끝에서 자신의 죽음을 먹기 위해 절로 가는 것 같다. 미륵상에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찾고, 길순에게서 어머니의 손길을 찾는다. 첸과 모리의 대결 못지 않게 길순과 모리의 관계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여전히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의 내기는 끝이 났다고. 나는 무엇도 요리하지 않았고 당신은 무엇도 먹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외로웠을 뿐이라고. 나는 요리를 했고 당신은 접시를 비웠다. 불과 싸우던 나의 시간도, 맵거나 짜거나 달콤하거나 시었을 온갖 요리의 맛들도, 우리를 아프게 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순간의 고통일 뿐이라고, 한 접시의 요리가 깨끗이 비워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p.319)
 
 
송이버섯, 사슴 피, 청국장 등 때론 귀하고 때론 흔한 음식들이 나온다. 음식을 만드는 재료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도마에서 맞이했다. 송이버섯의 요리를 하며, 송이의 눈을 찾아 제압하는 첸의 모습을 보며, 요리의 또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칼과 혀.
처음에 말했던 칼의 중첩된 의미와 혀의 의미가 되새김질 되며, 이 책의 제목으로 결정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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