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박민규의 『카스테라』 
  읽으면서 박민규의 『카스테라』가 생각났다. 환상적인 면도 그러했지만, 박민규 풍의 마이너들이 황정은의 소설 속에도 존재한다. 그리나 박민규보다 황정은은 더 집요하게 서술하는 듯하다. 박민규의 소설이 유머스럽게 연민하게 만든다면 황정은은 건조하게 서술하면서 연민하게 만든다.
 소설 속에서는 배드 섹터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수많은 바이트가 모인 섹터로 구성되고 그 섹터가 모여 동심원 모양의 트랙(track)이 된다. 이 트랙에 정보가 저장된다. LP 레코드판이나 마라톤 트랙을 생각해보라. 트랙의 어느 부분에 물리적인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그 구간을 배드 섹터(bad sector)라고 부른다. 배드 섹터가 생겨나면 하드디스크 내의 정보는 잘못된 트랙에서 공회전을 하게 된다. 그 하드디스크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마더」,p227) 

  「마더」에서는 어머니에게 버린 받은 오라는 남자가 「소년」은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하는 소년이 있다. 아니면 세상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군상을 그리고 있다. 「곡도와 살고 있다」와 「모기씨」 , 「문」이 그렇다. 소설 「모자」는 박민규의「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였다.  

(중략) 외삼촌은, 자기를 괴롭힌 사람의 다트를 응시하느라 자기 속의 다트를 보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외삼촌이 우리에게 한 일에 대한 몫은 완전히 외삼촌 한 사람만의, 자발적인 몫인 거야.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다트를 계속 지켜보자, 나는 생각했어.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내가 하려고만 하면 뭘 할 수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했어. 다트가 있고, 그걸 지켜보는 내가 있어. 잔혹한 방법으로 어딘가에 보복하고 싶어하는 내가 있고, 그것을 하지 않는 내가 있어. 외삼촌과 나는 바로 여기서 구별되는 거야. 나는 다트가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게 바로 그것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이것은 상당히 안전하고 유리한 일이야. 있잖아. 자기 속에 그런 게 어디 있는지 모르거나 그런 걸 충분히 보려고 하지 않는 인간들은, 자기가 받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남에게 되풀이하는 거야.(중략)

   자기를 고통을 내면화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자신은 그 고통을 자신이 만든 가공의 인물에게 부여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동물원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와서 결국엔  

우리를 만들어서 동물들을 넣어두고 관람표를 받는 일 같은 것을 인간 외에 어떤 동물이 생각해내겠어. 동물을 관리하는 인간이 있고 동물을 관람하는 인간이 있고 동물을 관람하는 인간들을 관리하는 인간이 있고 그런 인간들에게 통제되고 영향받는 소수의 동물들이 있는 곳. 압도적인 인간의 영역, 그게 동물원이야. 동물원의 동물들이 어딘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야

  '내'가 만든 파씨가 자신을 대변하는 말을 하는 말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화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같기도 하다. 

 「무지개풀」은 무지개풀같은 어린아이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면서도 그것이 동성애의 느낌을 더욱 부각시키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남녀의 관계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다가 그들이 옆집에 주목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관계가 궁금해지게 된다. 

  P는 대야로 물을 떠내고 쏟아붓는 동안 자신의 팔에 탄력적인 리듬이 붙는 것을 느꼈다. 뜻밖에 그것은 물놀이보다 신났다. 등의 통증이 유쾌하게 느껴졌다. 등뼈가 무겁다고 했지. 헉헉 숨을 몰아쉬며 P는 말했다.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여태껏 등뼈의 무게 따위 모르고 살아왔잖아. 이놈 탓이었던 거야. 이 거대한 물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무게를 잊게 해주는 바람에, 물 밖에 나왔을 때 새삼 등뼈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어버린 거야. 몸이 무겁다는 걸 새삼 깨달아봤자 좋을 리 없잖아. 어차피 우린 그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걸. 그렇지 않아? 

 아, 그래. 대답하며 P는 어쩐지 K와의 관계가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잘못 나온 말을 바로 교정해서 알아듣는다. 예전엔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몇 번이고 묻다가 둘이서 배를 잡으며 웃곤 했는데

  이들이 세상에 눈치를 보고 산다고 생각하면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뻑쩍지근 해온다. 

2. 역사 의식  
  모 비평가는 황정은의 특징으로 역사의식이 있다고 했다. 이 세상이 만들어낸 인물들을 그러내는 것, 그러나 마냥 연민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덤하게 그려내는 것이 그녀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여작가들이 가족들 간의 관계에 매몰된 것에 비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황정은이 역사의식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3. 독특한 문체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쓰다보니 가독성이 높고 대화들도 간략하고 반복되고 있어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그 반복감에서 이 사람과 나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곤 한다.  
  무지개풀에서 '풉'이 한장을 넘게 차지하면서 재미와 청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그리고 오뚝이와 지빠귀에서는 이야기를 반복함으로써 리듬감을 주고 있다. 
  인물들의 이름도 독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