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70
김민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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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를 평가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교수님의 말을 충분히 존중한다. 그러나 같은 시대의 작가를 평가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모순을 말해준다.

  한 친구와 술자리에서 김민정의 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실망조로 그녀의 시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했다. 아마도 계간지에 실렸던 그녀의 시집을 보고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친구는 반박조로 김민정 스스로가 예전 시에 비해 훨씬 더 좋아졌다고 했단다. 

  권혁웅의 문제적 발언의 중심에 있는 이가 바로 김민정, 김경주다. 미당문학상 심사평에서는 김경주의 필연성없는 글쓰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언어의 질서에 대한 장난스런 일탈들은 때로 지나쳐보이기도 하고 때로 필연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어렵고 알 수 없는 시라는 의견도 있었다. 2009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중앙일보>

  이렇듯 김경주가 더 극단적으로 자신의 시를 실험했다면, 왠지 김민정은 우회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전히 그녀의 발랄한 환유적 이미지들이 좋다. 그러나 예전에 느낄 수 있었던 극단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아쉬움을 자아내었다. 

  김민정의 첫 시집『날으는 고슴도치아가씨』에서의 아가씨가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의 그녀라는 모호한 호칭으로 바뀐 듯한 느낌이다. 아가씨는 고정된 호칭이었다면 그녀는 누구에게나 붙여질 수 있는 단어로 좀 더 보편성을 지닌 듯한 느낌이다.

  예전에 어느 분이 양익준이 <똥파리>를 만들고 난 뒤부터는 가벼운 몸짓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왠지 이 말이 김민정에게 드러맞다는 생각을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첫 시집이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이뤄져 있다면 - 이장욱은 '아니,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해도 자기 자신을 견뎌낼 수가 없다는 투다.'라고 한다. -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에 대한 가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의 첫 시집에서는 음부, 음모에 대한 혐오성을 띄고 있었는데, 이장욱은 이것을 전래의 살부 욕망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것이 그녀의 중요한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번 시집을 읽어보면 그녀의 그러한 성격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세상과 타협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큰 변화라면 큰 변화다. 그녀는 세상과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아가씨에서 그녀라는 대전제의 여자로 변화는 과정의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의 시 속에서 읽힐 수 있는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면 환상적 자유가 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필연성을 고려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서 가독성이 더 높아졌는지도 모른다. 리듬감의 생성도 그와 무간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의 제4부 <뛰는 여자 위에 나는 詩> 부분에서 그녀의 시작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시는 이런 것이다는 그녀의 생각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녀의 시집에서 들 수 있는 성격을 '유머'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시집에서의 유머는 상스러운 말들에서 왔다면 이번 시집에서의 유머들은 제시된 이미지들의 간극에서 온다고 해야될까, 아무튼 그녀의 시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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