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 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백영경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료의 공공성, '다른 의료'를 꿈꾸는 이들의 대담이 담긴 이 책은 언뜻 전공자들이 사회 변혁을 논하는 거창한 책으로 보이지만, 실은 동네 병원이 못미더워 대학병원 예약 날짜를 기다리는, 실손보험 청구액을 계산하는, 산부인과 가기를 두려워하는,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바로 내 이야기다.

'보다 넓은 의료'를 논하는 이 책은 '어떻게 살고, 병들고, 늙고, 죽을 것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병과 죽음이란 가능한 한 미루고 싶은 질문이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 질문에 가장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는 '의료'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대담에서 그 해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사실 일반인이 의료계에 가진 시선은 양가적이다. 코로나 상황에 헌신하는, 내 생명을 오롯이 맡아주는 의료진에게는 고마운 마음이지만 ('전교1등 의사' 사태에서 보듯) 사회의 엘리트이자 (의료거부 사태와 국시 거부로 이어진) 이권을 주장하는 모습에는 반감을 가진다. 하지만 의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연봉을 수 억 줘도 지방에 가지 않는 건 그만큼 과도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고, 과잉진료도 낮은 수가의 손실을 메꾸려는 고육지책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의료의 공공성이 중요해진 팬데믹 시대는, 이익집단으로서의 의료계에 불편한 시선을 던지기보다 의료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균형을 논할 때다. 민영화가 가속화되고, 대기업은 호시탐탐 의료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에 눈길을 던진다. 이런 '큰 논의'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큰 돈 드는 질병에 도움이 되어 가입한 실손보험은 오히려 공공보험을 약화하고, 어디서나 서울 대형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는 오히려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불편한 진실은 대부분 가려진다. 오히려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접근성을 늘리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논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병원이 인간다운 곳,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해 의료인 뿐만 아닌 개개인이 질문을 새롭게 던지게 한다. 의료의 공공성은 바로 나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질병이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 자신의 몸과 질병에 대비하고,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책은 의료 서비스에서도 소외된 여성과 소수자에게도 귀기울인다. 현실 속 여성은 자신의 질병을 계속 '증명'해야 한다. 장애인과 노인은 가정이나 시설에 분리되고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더 나은' 의료는 이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공존하며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우리는 질병과 죽음에 보다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저자와 여러 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대담자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료가, 나아가 어떤 삶이 가능한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인도 무조건 편리한 대형병원, 원격진료를 옹호하고 의사의 말은 '자기들 이익을 위한 이기심 아닌가'라고 실눈뜨고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그리고 나 자신의 삶과 질병과 죽음을 더 인간답게 맞을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공공의료, 의료의 커먼즈는 '결국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에 반응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논하는 '더 나은 의료'는 비단 의료인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 현지인이 다니는 자기만의 방
네모 tokyo_nemo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인 사담이나 단편적인 정보 나열식인 도쿄 여행책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인보다 더 맛깔나는 한국어를 하는 네모님이 현지 친구처럼 풀어낸 맛집 이야기라 더 친근감이 간다. 미슐랭이나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 그냥 친구들과 자주 가던 동네의 작은 가게, 현지인들이 줄을 서는 골목의 가게들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들러볼 만한 가게들의 정보가 많다. 도쿄를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블로그나 인스타에서 잘 보지 못했던 가게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크다. 네모님이 꾸준히 인스타에 올려두신 정보에 깨알같은 이야깃거리가 덧붙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해다. 친구가 '야, 여기 내가 옛날부터 가던 집인데 진짜 맛있어! 너두 한번 꼭 가봐' 하며 소곤소곤 알려주는 것 같아서, 나도 그 동네 골목의 숨은 맛집의 문을 사알짝 열어보고 싶게 만든다.
특히 공을 들인 것은 한자나 일본어로 되어있는 이 가게 이름을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지 적어놓은 '구글 검색어' 팁이나, 웨이팅 시간을 나타내 주는 표시, 여기에 가면 뭘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메뉴판에 딱! 표시해 주시고 읽는 법까지 달아놓은 세심함이다. 이건 책이나 블로그를 보고 도쿄 맛집을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두번 세번 감동할 만한 포인트다.
질릴 정도로 많은 것이 일본 여행 맛집 책이지만, 딱 한 권만 들고 도쿄에 간다면 주저말고 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