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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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걷는다, 뒷걸음질로. 뛴다. 그리고 가만히 멈춘다. 살기 위해. 죽지 않으려고. 


집앞 작은 호수공원 둘레를 하염없이 걷거나 뛰는 이들의 얼굴은 자못 결연하다. 오늘의 운동 목표를 채워야 한다는 결심일까, 헐렁하게 보내버린 일상을 다잡으려는 채찍질일까. 바쁘게 내딛는 발걸음은 여유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한 걸음이 모두 살기 위해서여서일까, 과거 따위는 뒤에 바삐 버리고. 

‘걷기’를 소재로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다섯 작가가 쓴 ‘걷기’는 뒤로 끌려가지 않으려는, 점점 투명해져 사라지지 않으려는, 실을 놓쳐버린 연처럼 날아가버리지 않으려는 ‘살기’에 가깝다. 

가족의 과거에 끌려다니며 맨발걷기를 하며 건강해지려 애쓰면서도 ’흙먼지를 털어내지‘ 못하는 고모의 말년에서(김유담, <없는 셈치고>), 이제는 사라진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뒤돌아보지 않으려는 빠른 발걸음에서(성해나, <후보>), 결코 이해하지 못할 서로를 바라보는 먼 마음에서(임현, <느리게 흩어지기>) 살기 위해 걷는 모습을 본다. 아니, 걸어야만 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무덤을 찍으며 죽음에서 삶을 파헤치고, 날아가려 애쓰는 삶을 기어이 붙들며 지상의 삶을 살아가려는 저마다의 무거운 걸음들이 겹치는 이주혜의 <유월이니까>에서는 그럼에도 타박타박 나아가는 발걸음의 무게가 묵직하게 울리고, “낮과 밤이 공존해야 하는 것이 삶이라면, 최대한으로 밝게 살았으면 해서” 지은 ‘하지’라는 이름의 개를 떠안고, 보내고, 다시 함께 걷고, 그리고 다시 돌려보내는 아름다운 산책에서는 끝나지 않을 듯한 길고 아스라한 시간과 영원과 삶이 펼쳐진다(임선우, <유령 개 산책하기>).

유령 개와 함께 하는 산책길에서 내 ‘선명함’을 타인과 조금씩 나누며, 모두 힌 방향으로 뛰는 트랙에서 다른 사람의 연을 날아가지 않게 잡아 주고 죽음을 조금 나누며, 우리는 삶이라는 트랙을 그렇게 걷고 뛰고 살아가는 걸까. 그렇다면 걷는 일이란, 곧 사는 일일지도.  

“다. 살려고. 기를 쓰고. 걷고. 뛰는 거예요. 죽으려고. 아니고. 살려고. 죽겠으니까. 살려고.“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 열린책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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