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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고양이 (그리고) 나의 이야기
다지리 히사코 지음, 한정윤 옮김 / 니라이카나이 / 2025년 7월
평점 :
가만히 문장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 평범한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써 내려간 글인데도, 이 책의 글에서는 책과 고양이들 사이에서 보내는 저자의 하루가 선명하게 보인다. 햇살이 드는 창가, 무심하게 잠든 고양이들, ‘잘 모르는 책은 두지 않는’ 서가 사이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단정하고 단단한 사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인데도, 알 것만 같다. 진한 나뭇결 바닥에 밴 시간동안 서점을 차곡차곡 꾸려 온 조용하고 힘 있는 사람.
구마모토 대지진으로 오랫동안 일궈온 서점과 카페의 자리를 옮겨 새로 마련한 터전에서도 어언 수년이 지나, 이곳은 먼 곳에서도 돌아올 곳이 되었다. 마치 고향처럼. 터전을 잃은 사람들도 집을 정리하고 주변에 일손을 나누고 커피를 내리며,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을 저마다 보탰다. 아마 저자 다지리 씨가 지닌 단단한 힘은 이런 사소한 것들을 나누는 사람들에게서 나오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책과, 고양이와, 다정한 말들 같은.
“책에 푹 빠질수록 그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의 얼굴이 아른거려” 어서 소개하고 싶어지는 마음,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알 것 같은 그 마음이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져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누군가에게 어서 소개하고 싶고, 이 책이 모르는 이의 손에 운명처럼 닿았으면 하고 조용히 바라 본다. 그래서 “이렇게 작고, 이렇게 좁은, 책과 사람밖에 없는 곳”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조각으로” 남기를.
연초에 크다면 큰 부상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책만 읽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으니, 어쩌면 어딘가에 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도, 너무 잘 알지만 보고 싶지 않은 과거로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에도 불쑥 다가갈 수 있었다. 책으로는 어디로든 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 ‘다이다이 서점’은, 이곳 공기의 감촉은 어쩐지 만나지 못했는데도 그리워져, 언젠가 방문하려 한다. 꼬리로 말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조금은 근엄하다는 다지리 씨에게서 무언의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작게 인사하며 서점을 나서고 싶다. 미련이 남은 듯 한 번 더 뒤돌아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