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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해방 - 세계적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담대한 제언 ㅣ 아포리아 6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빌 게이츠가 자산의 99퍼센트인 280조를 앞당겨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부유하게 죽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세계 최빈국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긴급함을 전했다. 실천윤리학의 거장인 피터 싱어의 이 책 <빈곤 해방>에서 강력히 전하는 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주장이다.
10년 전 펴낸 책을 개정한 이 책에서는 책의 원제와 같은, 피터 싱어가 공동으로 만든 재단 ‘더라이프유캔세이브(www.thelifeyoucansave.org)’을 통해 그간 세계 극빈층이 크게 줄고, 5세 이전에 죽는 아이도 절반 이상 줄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부에 관해서는 불신의 시선이 있다. 특히 복지보다 성장을 우선시해 온(지금도 그런)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원조라도 하면 ‘국내에도 굶는 아이들 있다’라며 비판하고, (그간 몇몇 실제 사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내는 돈이 제대로 아이들에게 쓰일까?’하는 의문도 든다. ‘일단 경제 개발로 성장해서 (파이를 키운 다음) 빈곤을 해결하는 게 더 급선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싱어는 이 책에서 이런 구체적인 질문에 하나하나 반박한다.
가장 서늘할 정도로 담대한 주장에 돌입하기 위해 윤리학자인 싱어는 세심하게 질문을 쌓아 나간다. ‘새로 산 옷이 더러워질 것을 감수하고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할 것인가?’, ‘노후를 위해 산 자동차가 부서질 것을 감수하고도 기찻길에 있는 아이를 구할 것인가?’, ‘대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할까?’ 차근차근 파고드는 윤리적 질문을 거치면 추상적으로 ‘그래, 기부는 좋은 일이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나는 어떤 방법으로 얼마큼 나를 희생해서 전 지구의 빈곤을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에 닿게 된다. 이 해답은 얼마 전 읽었던 <부의 제한선>과도 맞닿았다. 세상의 상위 1%가 전체 부의 48%를 거머쥐고 있는 지금, 사람에게는 대체 얼마만큼의 부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부를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책은 몹시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주장으로 느껴졌다. 싱어의 이 책에서는 법적인 제한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우리를 윤리적 질문의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나는 얼마나 가져야 하는가, 얼마만큼을 분배하고 나누고, 가장 존중받아야 할 기본적인 ‘생명’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아주 현실적이고 엄중하면서도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의 세계를 반대편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자석 같은 책이다.
*좋은 책을 전해 주신 21세기북스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