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해변에서 -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 김희순 옮김 / 까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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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아니 알려 하지도 않았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딛고, 그들이 원주민의 땅에서 약탈과 착취와 전쟁을 이어가며 그들만의 역사를 이어갔다는 사실은 숱하게 들었지만, 정작 그 땅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그 이후역사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조용히, 순순히 땅을 내 주거나 노예가 되거나 죽어 사라졌을까?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역사가 있었다. 백인이자 영국의 역사학자인 저자는 원주민인 인디저너스를 연구하고 자료를 꾸리며 그들을 대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면서도 아주 신중하고 상세하게, 가려져 있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인디저너스의 삶에도 적극적으로 침략자들과 대항하고, 전략적으로 공생을 모색하고, 선구적인 부족의 입장에서 지식과 물자를 전수하고, 두 세계를 오가며 적극적인 중재자가 되었던 이 있었다. 그 사실을 무지했다 싶을 정도로 전혀 알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1490년대 초부터 유럽에 수천 명의 인디저너스들이 있었다라는 단순한 사실조차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물자 부족과 질병을 뚫고 유럽에 타의로, 때로는 자발적으로 도착한 인디저너스들은 노예이자 구경거리이기도 했지만 외교관이자 연구자, 의사, 법조인, 통역사이자 중재자이기도 했다.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살았던 그들은 침략자에 맞서 저항하다 스러져가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구적인 문화와 풍부한 물자를 바탕으로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고, 그들의 문화를 유럽으로 전파하기도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정복자와 피정복자라는 단순한 구분 사이에서 한쪽의 입장만을 강요당하며 침묵했던 인디저너스들은 이 책에서 비로소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저자 역시 이렇게 인디저너스와 그 후손들의 공동체가 지닌 시각을 존중하며 그들의 역사를 전한다. 아직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해와 유물처럼, 식민주의의 역사는 아직도 이어지지만 사고를 완전히 역전하는 이런 눈이 번쩍 뜨이는 책 덕분에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빛을 드러내는 인디저너스의 삶과 지워졌던 양방향의 교류를 다시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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