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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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 방랑가, 여행가,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몸과 사유를 평생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벤야민의 유일한 픽션을 모은 책이다. 프로이트가 읽었다면 몹시 흥미롭게 보았으려나.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듯 말처럼 흐르는 이야기와 꿈과 상상들이 클레의 그림과 적절히 섞여 더 몽환적이다.

그의 비평처럼 단단하고 치밀하지 않은 흐트러진 문장들이 성글게 얽혀 있어 오히려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방식도 엄격한 학자의 이면을 살짝 엿보며 그 생각의 실마리를 어디선가 붙들어 보려는 듯 듬성듬성 툭툭 끊어지다 이어졌다.

과거 이야기꾼들의 이야기처럼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갑자기 시작해 툭 끊어지는 상상의 단편, 이 어디쯤에선가 그의 사유가 시작되었으려나 생각하면 흥미롭다.

1부는 꿈과 몽상이 가득한 내밀한 일기에 가깝다. 낯선 것들이 뒤섞이고 시간 순서도 없으며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세계다. 이 내적인 세계에서 바깥 세계로 나아가 여행하는 2부에서는 유럽 남부에서 북부를 가로지르며 익숙하고도 낯선 곳들을 파사주를 거닐 듯여행한다. 놀이와 교육을 이야기하는 3부에서는 말장난과 놀이, 흉내내기를 통해 세계의 틈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의 해제에서처럼 그가 그토록 그리워한 세계는 현실과 비슷하지만 일그러져 있는 세계, 현실의 진짜 얼굴인 초현실이 돌발 출현하는 세계라는, 그가 프루스트에 대해 한 말을 그대로 벤야민 자신에게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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