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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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생각을 모두 뇌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뇌과학 열풍으로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착시나 착각부터, 무의식적인 말과 행동은 사실 모두 뇌의 장난 아닌가?

 

책의 원제 인코그니토incognito’1.4킬로그램의 작은 뇌 속에 꼭꼭 숨어 나를 움직이는 거대한 무의식의 힘을 탐구한다. 프로이트에서 시작해 수많은 사례를 들어 세상은 나를 어떻게 인지하는가?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모든 것의 바탕에 있는 의식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같은 현대 뇌과학의 의문을 따라간다. 생각이 비물질적 기반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게 된 19세기의 일련의 실험을 거쳐, 뇌의 작동을 파헤치는 수많은 사례를 보면 모두 뇌의 작용으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처럼 뇌과학은 우리가 심리학이나 철학이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오히려 간단한 판결을 해주는 판사 같다. ‘모든 건 뇌 탓()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이글먼은 오히려 이런 생각을 경계한다. ’세상에 대한 우리 인식이 그 세상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세세하게 온전히 보고 있다는 우리 믿음 또한 거짓이다.‘ 착시부터 망상을 설명하는 전반부보다, 오히려 뇌과학적 해석을 경계하는 조심스러운 후반부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다.

 

저자는 물질주의와 환원주의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경계한다. 뇌과학의 명백한 실험 결과들을 따라 자유의지란 없다는 결론으로 뛰어넘기보다, 이를 충분한 자동증 원칙으로 설명한다. 뜻밖에 뇌에 사고를 당하거나 종양으로 뇌 구조가 달라져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실존적인 문제를 대할 때, 모든 것을 뇌 탓으로 돌리며 뇌에 책임을 묻기보다, 이를 교정할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문제를 반드시해결할 최선의방법이란 없으며, 그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수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오히려 더 낫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라디오 이론이라 부르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라디오 안의 회로를 파헤치는 데만 몰두할 뿐 사실 소리는 저 어딘가의 송신탑에서 온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이라 불리는 저자는 현대 뇌과학 전반을 통찰하면서도, 이 과학을 사회와 인간으로 끌어온다. 생각과 느낌과 믿음에 작용하는 뇌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 가 닿을 수 없는 그 세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믿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우리는 뇌과학을 통해 결국 인간과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이 이글먼의 전작, 나아가 요즘의 뇌과학책들 중에서도 단연 주목할 만하며 되새겨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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