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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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엄청난 인기를 끈 이 편의점 이야기는 편의점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린 에세이도, 3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건, 편의점이라는 생활밀착형 공간을 둘러싼 사회 심층 보고서다.

 

10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어쩌다 사장30년째 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아름답거나 따스하지만은 않다. 계약과 매출을 둘러싼 냉철한 돈 이야기, 두 얼굴을 한 알바생 이야기, 본사에서 내려오는 매출 압박, ‘천객만래찾아오는 수상한 손님들 이야기까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철저한 다큐멘터리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 가면 매일 같이 드나드는 똑같은 **마트에도 나름의 얼굴이 있었다. 도심의 매장에서는 아침마다 도시락과 커피를 든 근처 직장인들이 줄을 서 있고, 외곽 한가로운 매장에서는 지루한 표정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잡지를 뒤적이고 있기도 하다. ‘패미치키튀기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하나 부탁하면 요즘에는 구직난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부쩍 늘어난 외국인 점원들이 지친 표정으로 물건을 담아 주었다. 이렇게 계산대 안쪽에 있는 나는 그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르지만, 몇십 명이나 되는 알바생의 근무표를 짜며 머리를 쥐어뜯고, 누군가 클레임을 걸거나 갑자기 그만두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유통기한이 시간이 1분 지나 멀쩡한 음식을 쏟아버리면서도 적자가 나지 않을까 머리를 굴려야 하는 모습은 전혀 편하게 돈을 버는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우리의 모습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출근길에 일부러 돌아서라도 상냥하게 대해 주는 먼 편의점을 찾아가고, 다정한 단골이었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말도 안 되는 진상짓을 펼치며 클레임을 걸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꼼꼼한 다큐멘터리의 후기에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 생생한 고백, 좌충우돌하며 수많은 사람을 겪어내고 서비스업의 최전선에서 인간의 면면을 만나는 부부의 담담한 인생 이야기 끝에 이들이 보내는 이것은 사랑일까 증오일까하는 질문은 바로 이 사회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회와 내 주변에 대한 이 모든 감정은 사랑일까 증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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