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언젠가는 동물이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그렇다. 영장류에서 온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물이기를 거부하며, 다른 동물을 길들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은 어디서부터 인간일까? 우리는 다른 동물과 무엇이 다르고, 또 같은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결코 정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질문이지만, 어쩌다 (개도 아니고 무려) 늑대를 기르게 된 철학자는 이 야생이면서 야생을 거부하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서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11년간 늑대 브레닌과 살아가며 늑대의 그림자 안에서 인간을 본 철학자가 쓴 ‘늑대와의 동거 일기’는 그저 늑대와 교감하는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동물에서 온 인간으로서 한 걸음 나아가는 철학서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형제라 불러도 될 만한 늑대 브레닌을 데려오고, ‘속임수’를 쓰고 때로 시치미 떼며 온 집안을 헤집어 놓는 늑대를 교육하며 ‘본능을 억눌러도 될까’ 고민하고, 인간과 동물 중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이며 그 ‘야만’을 길들이기 위해 어떻게 서로 ‘계약’을 맺고 살아가는지 살피고, 점점 나이 들어가며 땅에 발이 닿지 않을 것처럼 통통 뛰어다니던 늑대가 몇 킬로만 뛰어도 자기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고민한다.

그래서 철학자인 작가는 ‘우리는 늑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다’라고 말한다. 늑대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 아니라 늑대가 발하는 빛 때문에 인간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말한다. 우리는 이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돌아본다. 모든 삶이 그렇듯, 인간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한 늑대의 짧은 삶에서 인간의 모습을 본다고 한다면 너무 인간 중심적인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 대해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존재에 빗대어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존재가 현명하고 사회적이고 지적인 인간과 정반대에 있는 야생 늑대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루 한 병씩 술병을 비우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결핍에 시달리며 유령처럼 살던 저자는 늑대와 함께 살며 그 결핍을 조금씩 채우며 성장한다.

두 생명의 이 아름다운 동거는 쓸쓸하고 가슴 아프고, 감동적이고, 때로 몹시 진지하다. 가벼운 에세이를 기대했다가 문득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이 아름다운 책에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