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작가 무레 요코가 냐옹과 댕댕이로 꽉 찬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간 세상에 불쑥 찾아온 아이들의 장난스럽고 귀엽고 웃기고 괴상한 모습이 가득하다는 점. 아이 없는 부부, 부모님이 물려 주신 오래된 집에서 사는 자매, 황혼이혼으로 홀가분해진 중년 여성, 홀아비 등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사람들의 마음에 마치 예전부터 제집이었던 양 당당하게 발을 내밀고 한 구석을 차지하거나, 팔이 저릴 정도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 버리거나, 숨이 차서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팔팔한 생기를 과시한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뛰어다니고, 장지문이나 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래처 삼아 벅벅 긁어버리고, 금세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었다가도 어느새 이별을 고하고 마는 작은 생명에게 사람들은 곁을 내어 주고, 가족보다 더한-아니 가족이기에-그만큼의 정을 나누며 동거한다. 사람 같은, 사람보다 더 사람을 이해하는 듯한 아이들은 때로 우리를 유심히 관찰하고, 시크하게 한 손(?)을 내밀어 주고, 마음에 스며 다독여 준다.

 

동물은 인간만큼 생사를 깊이 생각하며 살지 않아. 물론 그 아이들도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죽음에 한해서는 담백해. 인간이 너무 슬퍼하면 떠난 동물들이 곤란하니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많이 떠올리는 게 좋아.”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이 책은 달콤한 별사탕을 가득 머금은 듯 반짝반짝 예쁜 이 이야기들에서도 (무레 요코의 소설이 으레 그랬듯) 애잔하고 쓸쓸한 인간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이가, 남편이, 친구가, 자식이 없거나, 또는 그 없음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 부족하다는 취급을 부당하게받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 찬 바람이 불 때면, 어디선가 복슬복슬한 털짐승들이 스윽, 다가와 발을 내민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사랑스러운, 그것만으로 충분한 아이들의 따스함에 오늘도 조금은 따듯해진 마음을 안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