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그 자리에 의자를 두기로 했다 - 집에 가고 싶지만 집에 있기 싫은 나를 위한 공간심리 수업
윤주희 지음, 박상희 감수 / 필름(Feelm)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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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일 년 동안, 나는 실은 내가 '진정한 집순이'임을 깨달았다. 집을 싹 정리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이 그렇게 좋았고, 북적이는 쇼핑몰과 대형마트 대신 필요한 생필품과 기분 좋은 물건을 조금씩 들이는 습관이 오히려 가뿐하고 좋았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갑갑하다는 친구들도 많다. 어질러진 집과 산더미 같이 쌓인 집안일을 보면, 집은 위안보다는 우울함만 더하는 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을 벗어나 기분 좋은 공간을 찾아 밖으로 나간다. 세계에서 카페 수라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우리 나라에서 카페는 그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기보다, 내 취향과 맞는 정돈된 공간, 기분 좋은 음악, 좋은 커피 향기가 있는 공간의 의미에 더 가깝다. 이 '기분 좋은 공간'을 우리의 일상의 공간으로 들여놓으면 어떨까?

<공간치유>를 운영하며 공간을 숨쉬게 만들고, 우리가 숨쉴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주는 일을 해 온 저자는 모두 내다 버리는 정리나, 아끼는 것을 모두 쌓아 놓는 수납이 아닌, 나와 가족이 함께 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것만을 남기는 공간을 강조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곤도 마리에 식의 '설레지 않으면 다 버리라'는 과감한 조언도, 북유럽식 '라곰' 라이프스타일도 아닌, 한국식 미니멀 라이프를 제안한다.

그동안의 공간 정리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정리하지 못하고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분석하는 본문 내용은 실용서라기보다 심리 서적에 가깝다. 과다한 애착, 무기력, 애정결핍에 빠진 공허한 마음을 분석하며 왜 채울수록 마음이 산만해지는지, 왜 버리지 못하고 가벼워지지 못하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는 데서 시작한다.

책 말미에 모여 있는 공간 정리 노하우는 덤이다. 본문과 어우러져 중간에 실렸더라면 좋았겠지만, 한 편으로 모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면도 나쁘지 않다. 옷장이나 주방, 베란다를 기분 좋게 정리하는 사례와 팁만 살펴보아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정리는 새로운 삶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리츄얼'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정리를 망설이는 이에게, 집에 애착을 찾지 못하고 바깥으로 방황하는 이들에게, 집은 마음처럼 내가 다듬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조용히 말해 준다.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은, 바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지금, 내 방의 한 구석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내 마음의 먼지를 털고 정돈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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