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1학년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5
강무홍 지음, 김중석 그림 / 시공주니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학년 보내면서 연습이 필요했던가?’
아이들 앉혀놓고 이것 저것 물어보는 삼촌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우리는 그냥 보내지 않았던가? 책을 덮고 사흘이 지나서야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금은 5학년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성기에 접어든 큰아이가 입학할 무렵 주변의 남자들이 건이, 준이네 삼촌처럼 그랬다.
“신명!”
“네~.”
“아니, 길게 하면 안 돼. 짧고 힘 있게, 씩씩하게, 다시. 신명!”
“네!”
“잘 했어.”
그러고는 숨 한 번 돌리고 또 한다. 
“신명!”
“네!”
두 눈 꿈뻑거리며 이제나 부를까 저제나 부를까 잔뜩 긴장해서 이모부 바라보는 큰아이 표정이 참 가엽기까지 했는데…. 
  작은아이 입학할 때는 한 번 해봤으니 엄마가 잘 알아서 좋겠다고 말하는 이웃들도 있는데 이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거, 둘째 낳고 큰아이 키우던 것 하나도 생각 안나 매번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랑 똑같다. 게다가 두 아이의 성격이 다르니 일어나는 일도 다르고 걱정 거리도 다르고 그에 따른 내 반응도 달라진다. 작은아이는 가방 들고 사라져서 애먹였다. 집에 가방 놓고 인사는 하고 가라고 했더니 정말로 현관에서 인사하고 가방 휘, 던지고 사라진다. 마침 짝꿍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아 다른 한 아이와 함께 몰려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람 많을 때, 사람 많이 다니는 길로만 다니라고 당부해도 용감한 삼총사는 이 길로도 와 보고 저 길로도 와 보고…. 탐험이 따로 없다. 활동 범위도 어찌나 넓은지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시장에서 작은아이를 봤다고 귀띔 해주는 엄마도 있었으니 말은 괜찮다 하면서도 마음 졸였던 것은 말로 다할 수 없지. 그러다 5월에 짝꿍이 전학 갔다.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던 작은아이는 그러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 삼총사 시절이 1년 넘는 학교 생활 중 제일 행복한 때였다. 아이는 물론 엄마도-. 
   돌이켜보면 ‘즐거운 학교’라고 벽에 낙서하고, 학교가 재미있다고 들떠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는 일은 1,2학년 때에 많았던 것 같다. 입학할 때 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중에도 선생님은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까, 뒤에서 건드리는 아이는 없을까, 짝꿍하고는 이야기를 잘 할까, 조금 느린 아이에게는 함부로 하지 않을까, 마음을 쓰게 된다. 공부는 그 다음이다. 모처럼 입학할 때의 그 호기심과 사랑으로 앞으로 남은 학교 생활, 아니 삶의 전부를 채워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은아이는 건이가 1학년 1반, 자기 ‘후배’라며 좋아라 한다. 오빠도 1학년 1반이니까 자기도 오빠 후배라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1학년 때 몇 반이었는지 묻더니 오빠랑 같은 5학년까지 계속 묻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도 오빠 후배네. 4학년 1반!”
허참, 아직도 오빠가 엄마보다 크게 자리잡고 있나보다. 
  수박의 ‘수’자를 겨우 찾아내는 건이를 보며 받아쓰기 할 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말로 표현해보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려니 어렵고, 그래서 더욱 말하고 싶어 쩔쩔맨다. 큰아이도 유치원에서 처음 받아쓰기 할 때 힘들고 글자들이 뱅뱅 돌아다니던 기억을 말해준다. 
  작은아이는 건이랑 준이에게 줄 선물이라며 색종이를 접은 것을 몇 개 골라 풀칠을 한다. 엄마는 뭔가를 하고 싶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을 묻고 사진 찍어 프린트한 다음 편지를 써보자고 했다. 마침 이웃에 1학년 1반 ‘후배’가 있어서 ‘학교를 잘 다니는 비법’도 살짝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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