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딸, 평강 높은 학년 동화 15
정지원 지음, 김재홍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한 문장 한 문장이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는 듯 하다.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책 한 권에 가득담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되뇌어 읊어보고, 깊은 그림에 빠졌다가 이번에는 눈물이 앞을 가려 천천히 읽어가게 된다. 자꾸 눈물이 쏟아져 서서 읽다가 식탁으로 가서 읽다가 방에 앉아 읽다가 그러면서 마음이 좀 진정되면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읽는다. 더디 읽더라도 손에서 내려놓질 못하고, 그렇게 책 한 권을 길고 긴 시를 감상하듯 읽어 내려갔다. 어느 새 성큼 자리 잡은 가을 요맘 때, 파란 하늘만 봐도 눈이 시릴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저 눈물 많은 공주가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만들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평강공주는 이제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터라 평강공주의 삶이 더욱 애달팠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많은 연유와 으앙- 숨넘어가게 울어재끼는 평강공주의 그림은 너무나 눈물겹다. 생각을 새로이 한 것은 온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안에 꼭꼭 숨겨진 것들을 평강공주의 믿음과 사랑으로 다듬어졌을 뿐 온달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내 것을 내 안에 가두고 있으면 아무 쓸모 없으리라. 햇살처럼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발길을 옮기고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욱 빛나는 평강공주. 발품을 팔아 동참하는 평강공주의 ‘밥이 평등해야 사람도 평등하다’는 말은 마음 속 깊이 남겨두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는데 그치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 -, 고구려!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지배층의 유물도 화려하지 않다는 고구려-.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 일을 사랑하며 수고롭게 살아가고, 아름다운 세상을 땀으로 일구어나갈 줄 아는 고구려 사람들의 기상이 우리 마음속 어디에 자리잡고 있을지 조용히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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